[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기아의 미래 모빌리티 시장 장악을 위한 21조 원 규모의 매머드급 투자가 구체적인 기술 로드맵을 드러내며 실행 궤도에 올랐다. 단순한 하드웨어 전환을 넘어, 2027년 고속도로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세대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론칭과 2029년 도심형 자율주행 상용화라는 ‘단계적 정공법’을 택했다. 시장은 기아의 영리한 하이브리드(HEV) 증산 전략에 주목하고 있지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부품 협력사 밸류체인에 미칠 여파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 ‘코다·글레오 AI’ 입은 첫 SDV…2027년 말 베일 벗는다

2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미래 사업 투자의 핵심인 차세대 SDV 개발 완료 시점을 2027년 말로 확정했다. 기아가 선보일 첫 번째 SDV 모델은 고속도로 환경에서 안정적인 주행을 지원하는 ‘레벨2+’ 기술을 탑재할 예정이다.

기아 SDV의 두뇌는 차세대 통합 아키텍처인 ‘코다(CODA)’가 담당한다. 여기에 안드로이드 기반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운영체제인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와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차량용 에이전틱 인공지능(AI)인 ‘글레오(Gleo) AI’가 적용돼 운전자와 차량이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환경을 구축한다. 기아는 이를 기점으로 2029년 초에는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2++’ 기술을 순차적으로 적용, 자율주행의 완성도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 도심 물류의 혁명, PBV ‘PV5’ 실전 투입 카운트다운

소프트웨어 혁신과 함께 하드웨어 측면의 선봉장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다. 기아는 내년 공식 출시를 앞둔 중형 PBV 모델인 ‘PV5’의 실증 모델을 차주부터 도심 물류 현장에 전격 투입한다.

PV5는 차량 호출부터 배달, 유틸리티까지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차량 형태를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모듈형 플랫폼을 특징으로 한다. 이번 실전 배치는 단순한 주행 테스트를 넘어, 물류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실제 배송 환경에서의 효율성을 검증하고 SDV 기반의 물류 최적화 데이터를 축적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전망이다.

◇ ‘전기차 캐즘’ 돌파구는 HEV…테슬라 쇼크는 변수

기아의 21조 원 투자가 시장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이유는 현실적인 시장 대응력 때문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 수요 정체기인 ‘캐즘(Chasm)’에 직면하자, 기아는 하이브리드(HEV) 라인업을 13종으로 대폭 확대하며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특히 천문학적인 자본이 들어가는 자율주행과 SDV 연구개발(R&D) 비용을 당장 수익성이 가장 높은 하이브리드가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서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뜬구름 잡는 미래 비전에만 매몰되지 않고, 현재의 확실한 수익을 바탕으로 21조 원이라는 미래 혁신 동력을 확보하는 완벽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셈이다.

다만, 리스크는 외부에 있다. 글로벌 전기차 대장주 테슬라의 실적 가이드라인 하향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부품 협력사들의 주가 변동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테슬라발 공급망 불안이 기아의 SDV 부품 공급망에도 간접적인 비용 압박이나 수급 불안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기아의 전략은 2027년 고속도로, 2029년 도심으로 이어지는 정교한 자율주행 로드맵 위에 ‘코다’와 ‘글레오 AI’라는 독자적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치열한 글로벌 모빌리티 주도권 전쟁에서 기아가 완성차 제조사를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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