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차 이태양이 말하는 ‘스윙맨’

팀에 꼭 필요하지만, 가장 힘든 자리

“1~2점 뒤질 때 등판, 못 버티면 끝”

눈에 드러나는 숫자가 부족한 아쉬움

[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이게 티가 잘 안 나요.”

프로야구 한 경기 치르려면 많은 선수가 필요하다. 투수의 경우, 선발이 완투하지 않는다면 불펜이 당연히 필요하다. 여기도 역할이 갈린다. ‘가장 힘든 보직’을 꼽자면 무엇이 있을까. 스윙맨을 들 수 있다. 이 보직이 ‘팔자’라는 선수도 있다. KIA 베테랑 이태양(36)이다.

프로 17년차다. 풀타임 선발로 뛴 시즌도 있다. 그 시기가 짧다. 2014~2015년 정도다. 규정이닝을 채운 시즌도 2014년(153이닝)이 유일하다. 거꾸로 오롯이 불펜으로만 출전한 시즌도 의외로 많지 않다.

거의 프로 커리어 내내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소금’ 같은 역할을 해냈다. 2022시즌의 경우, 30경기(17선발) 112이닝, 8승3패1홀드, 평균자책점 3.62 올렸다. 불펜으로 시작해 5~8월은 선발로 뛰었다. 9월부터는 다시 불펜이다. 덕분에 SSG도 통합우승 차지했다.

이태양은 “이게 내 팔자”라며 웃은 후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다. 힘든 것은 없다. 내 이런 모습이 필요하니까 KIA도 나를 선택하지 않았겠나. 전혀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2년에는 나와 (노)경은이 형이 잘해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한 것 아닌가”라며 재차 웃은 뒤 “이게 내 장점이다. 덕분에 지금까지 뛰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점도 있단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니 예민한 것이 없어졌다. 선발로 오래 뛴 선수는 등판하는 날 예민하고 그렇지 않나. 난 둘 다 해봐서 오히려 괜찮다. 이것도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에 맞춰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신 아쉬운 구석이 또 없지는 않다. ‘실적’이 눈에 덜 드러난다는 점이다.

이태양은 통산 422경기 등판했다. 이닝이 925.2이닝이다. 선발로 548이닝, 불펜으로 377.2이닝. 승리가 38승, 홀드가 33개다. ‘무형의 가치’는 충분한데, 도드라진 무언가가 없다.

이태양은 “어떤 보직이든 다 힘들다. 그러나 1~2점 지고 있을 때 나가는 투수가 제일 힘들다. 2이닝 정도는 버텨야 한다. 버텨야 경기 후반 승부가 된다. 무너지면 끝이다”고 털어놨다.

또한 “숫자도 그렇다. 홀드나 세이브 같은 눈에 보이는 포인트가 없지 않나. 구단에서 이 부분을 좀 알아주셨으면 한다. 안 알아주는 구단도 있다.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도 있는 문제 아닌가”고 강조했다.

어느 팀이나 선발 5명은 있다. 그러나 5명으로 풀 시즌 치르는 팀은 없다. 예비 자원이 필요하다. 1순위가 스윙맨이다. 모든 팀에 이런 투수 1~2명은 있다. 이들이 잘해야 팀 성적도 나온다. 꼭 필요한 선수다. 눈에 보이는 숫자가 전부가 아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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