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팬 위에 스타 없다.

방탄소년단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로 K팝 신이 뜨겁다. 커플 타투와 유사한 아이템 등 구체적인 정황들로 파장이 확산됐다. 다만 당사자들과 양측 소속사가 ‘묵묵부답’ 방침을 고수하면서 이들을 향한 팬들의 신뢰가 붕괴 조짐이다.

과거 다른 열애설 때에는 “사실이 아니다”고 적극 부인했던 것과 달리 침묵을 택하며, 일각에서는 “사실상 인정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모호한 태도가 진실 여부를 떠나 팬들이 느끼는 배신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정국과 윈터의 열애설은 가십을 넘어 K팝 팬덤 문화의 복잡한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

이른바 ‘유사 연애론’은 잘못된 분석이다. 아이돌의 열애설이 불거질 때마다 ‘유사 연애 감정’의 팬심이 자극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이돌을 연애 대상으로 여겼던 팬들이 배신감을 느낀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는 팬덤 문화를 단순화한 오류다.

대다수 팬들은 아이돌을 연애 대상이 아닌, 가장 신뢰하고 지지하는 ‘동료’이자 ‘가족’과 같은 존재로 여긴다. 아이돌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재정을 쏟아붓는 팬심은 ‘애인’보다는 ‘헌신적 사랑’에 가깝다. 팬들이 연애 자체를 무조건 막는 것도 아니다.

팬덤이 실망하는 본질은 ‘기만’에서 오는 배신감이다. 연애 사실 자체가 아니라, 팬들을 속이고 연애를 하고 있었다는 데에서 배신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정국과 윈터의 열애설은 커플 타투, 커플 아이템 등 스스로 모호한 흔적들을 공공연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졌다. 마치 팬들을 기만하거나 조롱하는 것처럼 비쳐졌다. 팬들에게는 신뢰를 정면으로 배반하는 행위로 여겨졌다. 자신이 믿고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대상에게 기만당했다는 관계의 상실감이다. 아이돌 열애설 때 소위 ‘티 내기’ 증거들이 팬덤에게 더 깊은 상처를 주는 이유다.

정국과 윈터는 이번 일을 계기로 자성해야 한다. 팬들이 자신들의 ‘음악’뿐 아니라 ‘인간’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임을 인지해야 한다. 그것이 옳고 그름을 떠나, K팝 팬덤 문화가 이러한 팬심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지금 정국과 윈터가 누리는 부와 명예도 결국은 이러한 팬들의 무한한 지지를 기반으로 얻은 것이다.

앞서 윈터의 동료인 카리나는 자신의 열애설 당시 친필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카리나의 편지에서 강조한 것은 ‘연애를 해서 미안하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팬들이 느꼈을 실망감에 대한 사과와 팬들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에 대한 신뢰 회복의 의지였다.

지난 K팝 역사가 증명하듯, 팬들의 소중함을 잊은 스타는 그 누구도 지속될 수 없었다. 정국과 윈터에게도 마찬가지다. rok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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