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하이브가 “만나지 마라”고 했는데도, 민희진은 만났다.

어도어 전 대표 민희진 측이 28일 진행한 기자회견의 핵심은 크게 두 줄기다. 하나는 뉴진스 멤버 가족의 소개로 다보링크 실질 소유자 박정규를 만났을 뿐 이들에게 속았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하이브가 이들과의 만남을 사전에 인지했고 민희진을 탬퍼링 의혹으로 몰아넣는 프레임으로 활용했다는 주장이다.

민희진은 지난달 뉴진스의 전속계약 해지를 주도하고 탬퍼링으로 빼내어 어도어의 채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10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상태다. 이번 회견은 그 소송에 대한 반격의 성격이 짙다.

하지만 민희진의 법률대리인 측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의아한 대목이 발견된다. 민희진 측이 하이브의 탬퍼링 몰아가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한 녹취록에 따르면, 하이브 이재상 대표는 2024년 9월 28일 면담에서 다보링크와 테라사이언스라는 회사 이름을 특정하며, 민희진을 걱정하는 취지로 “만나지 마라”고 분명히 경고한다.

당시 민희진은 이 회사들에 대해 “전혀 모르겠다”며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결과적으로 하이브의 경고를 무시한 셈이 됐다. 실제로 이재상 대표의 만류가 있은 지 불과 이틀 뒤인 9월 30일, 민희진이 다보링크의 박정규를 직접 만났기 때문이다.

민희진 측은 박정규와 만난 배경으로 뉴진스 멤버의 큰아버지 이 모 씨의 권유 때문이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또한 민희진의 법률대리인은 투자 목적이 아닌 “소통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만난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대중을 설득시키기 어려운 지점이 존재한다. 민희진 측은 하이브가 다보링크 박정규와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탬퍼링 프레임에 이용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브가 탬퍼링 의혹을 진심으로 염두에 뒀다면, 오히려 민희진과 다보링크 측의 만남을 방조하거나 권유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재상 대표가 “만나지 마라”고 말린 행위 자체가 탬퍼링 프레임 설계라는 민희진 측의 주장과는 논리적 모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기자회견 현장에서 이에 대해 질문하자 민희진의 법률대리인은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지 하이브에서 이러한 내용들을 다 기획했다는 건 아니”라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민희진의 법률대리인은 하이브가 민희진보다 먼저 해당 회사의 명칭을 알고 있었다는 점에 의구심을 표하며, 결과적으로 민희진이 탬퍼링을 시도한 사람으로 인식되게 함으로써 하이브 측이 소송 등에서 실질적인 이익을 봤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의혹만 키운 기자회견이 됐다. 탬퍼링 프레임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자리였으나, 동시에 왜 하이브의 만류를 뿌리치고 민희진이 실체를 확신할 수 없는 기업가를 만났는지 의구심도 남겼다.

민희진 측은 박정규와의 만남이 있기 전, 멤버 큰아버지 이 모 씨가 찾아와 민희진 앞에서 나눈 이씨와 박정규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민희진 전 대표는 박정규와 이 모 씨의 전화통화 초입 부분에서 이상한 기분을 느껴 해당 통화를 녹음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박정규를 만난 것이다.

단지 멤버 큰아버지의 권유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민희진 스스로 그 빌미가 된 만남을 직접 선택했다는 점에서 명쾌한 설명이 부족하다. 탬퍼링이라는 결론이 하이브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주장만으로는 이러한 논리적 빈틈을 메우기에도 역부족이다. rok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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