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너의 모든 순간이 나였으면 해 / 사랑해 나를 모두 주니까”(성시경 - ‘너의 모든 순간’ 中)

소복이 쌓였던 눈이 따스한 볕에 녹아내리며 도로를 적신 오후였다. 양평의 산자락엔 아직 하얀 잔설이 군데군데 남아 겨울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차가운 공기 속, 유독 선명하게 빛나는 검은색 세단이 눈에 들어왔다. 대한민국 중형 세단의 자존심, 기아 ‘더 뉴 K5 하이브리드’다. 눈 내린 풍경 속 정적을 닮은 이 차에 오르자, 라디오에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성시경의 따뜻한 발라드가 흘러나왔다.

K5는 도로 위에서 가장 흔하게 마주치는 차다. 하지만 익숙함이 지루함은 아니다. 오히려 오랜 시간 사랑받는 노래처럼, 볼 때마다 편안하고 신뢰가 간다. 이번 더 뉴 K5는 그 익숙함 위에 ‘미래지향적’인 디테일을 더해 세련미를 끌어올렸다.

전면부의 인상은 강렬하다.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 주간주행등(DRL)은 겨울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듯 날렵하게 꺾여 있다. 기존 모델보다 더 넓고 당당해진 범퍼 디자인은 시각적인 무게중심을 낮춰 안정감을 준다. 특히 시승차의 깊은 블랙 컬러는 하얀 눈이 남은 배경과 묘한 대조를 이루며 섹시한 자태를 뽐냈다.

측면으로 시선을 돌리면 K5 특유의 패스트백 라인이 눈에 들어온다. 눈 녹은 물기가 맺힌 차체는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빛났고, 블랙 핏이 적용된 휠은 멈춰 있어도 앞으로 달려 나갈 듯한 긴장감을 품고 있다. 후면부 역시 양쪽 리어 램프가 하단으로 뚝 떨어지는 스타맵 디자인을 적용해 전면부와 통일감을 줬다. 트렁크 끝단에 붙은 ‘HEV’ 엠블럼만이 이 차가 가진 친환경성을 조용히 드러낼 뿐이다.

실내로 들어서니 바깥의 한기가 무색할 만큼 아늑하다. 운전석을 감싸는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12.3인치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매끄럽게 연결해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한다. 스티어링 휠 중앙의 새로운 기아 엠블럼과 군더더기 없이 정돈된 센터페시아는 운전자가 오롯이 주행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시동 버튼을 눌렀지만, 들려오는 건 고요함뿐이다. 하이브리드 특유의 정숙성은 눈 내린 뒤의 조용한 풍경과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젖어서 다소 미끄러운 노면 위에서도 K5 하이브리드의 거동은 침착했다. 초반 가속 시 개입하는 전기모터는 부드럽게 차체를 밀어주었고, 배터리 무게 덕분인지 묵직하게 도로를 움켜쥐고 달리는 안정감이 인상적이다.

굽이진 국도에서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마다 느껴지는 핸들링은 경쾌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 엔진을 깨워도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힘을 보탠다. 마치 성시경의 목소리가 고음에서도 편안하게 들리는 것처럼, 주행 질감은 시종일관 매끄럽다.

도심 속 출퇴근길부터 주말의 여유로운 드라이브까지, K5 하이브리드는 어떤 순간에도 운전자에게 ‘편안함’이라는 답을 건네는 차다. 스타일과 실용성, 그리고 효율성까지 모두 잡고 싶은 운전자들에게 이 차는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육각형’ 세단임이 분명하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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