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포용 금융’의 기치를 내걸고 쾌속 성장해 온 인터넷전문은행(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이 고금리 장기화라는 암초를 만나 거대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시중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한 중·저신용자들을 대거 흡수하며 외형을 키웠지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이들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급등,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인터넷은행 3사의 태생적 과제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였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역할을 주문하며 인가를 내줬고, 인터넷은행들은 자체 개발한 대안신용평가모델(CSS, Credit Scoring System)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늘려왔다. 이들은 통신비 납부 내역, 온라인 쇼핑 정보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기존 금융 이력만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상환 능력을 재평가했다. 이는 빠른 고객 확보와 여신(대출) 규모 확대로 이어지며 ‘메기 효과’를 증명하는 듯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이어진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진 중·저신용자들이 가장 먼저 한계에 부딪혔고, 이는 인터넷은행 3사의 연체율 급등으로 직결됐다. 실제로 2025년 3분기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평균 연체율은 1%대 후반에서 2%를 넘어서며, 0%대 중후반에 머무른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평균치를 3~4배 이상 상회하고 있다. 시중은행보다 월등히 높은 연체율은 인터넷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동시에, 잠재적 부실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금융감독원 역시 이들의 건전성 관리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충당금(떼일 돈에 대비해 쌓아두는 돈) 적립을 늘리라고 주문하면서, 인터넷은행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졌다. 충당금은 은행의 이익잉여금에서 적립되기 때문에, 부실에 대비할수록 당장의 순이익은 감소하게 된다.

결국 인터넷은행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라는 설립 명분을 지키면서 동시에 ‘건전성(리스크)’도 관리해야 하는 모순된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공격적인 대출 확장 전략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한계에 봉착했다.
이에 인터넷은행들은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리스크가 큰 개인 신용대출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상대적으로 담보가 확실한 개인사업자 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리스크가 낮은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토스뱅크는 ‘사장님 대출’ 등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또한, 예대마진(이자 수익) 외에 플랫폼 내 광고, 증권 및 보험 연계 서비스 수수료 등 ‘비이자 수익’ 모델을 발굴해 수익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혁신적인 CSS를 내세웠지만, 결국 고금리라는 거시경제의 파고를 넘어서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며, “초기 성장 단계를 지나 진정한 ‘은행’으로서 리스크 관리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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