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_자이언트핑크_01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최근 종영한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 파이널 트랙 우승을 차지한 자이언트 핑크는 함께 출전한 다른 래퍼들과는 ‘출신 성분’이 다르다. 그는 흔히 말하는 언더그라운드 래퍼 출신이 아니다. 1년여 전까지는 크루 활동도 해보지 못했다. 전문적으로 랩을 배운적은 더더군다나 없다. 지난해 쇼미더머니5 출연 이전에 힙합 관련 경력은 아예 없다. 래퍼들이 상업적 목적 없이 내는 믹스테이프도 내본 적이 없다. 그는 이렇다할 ‘멘토’나 ‘스승’ 없이 홀로 4~5년간 랩을 독학했다. ‘방구석 독학 래퍼’ 자이언트 핑크는 어떻게 국내 정상급 여자 래퍼로 우뚝 설 수 있었을까?

자이언트 핑크에게, 팬들에게 편지를 쓴다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요청한 뒤 이를 정리했다. 다음은 1인칭으로 풀어쓴 자이언트 핑크의 이야기.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스무살 무렵 랩을 시작했어요. 주위에 음악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 인터넷을 보며 랩을 배웠죠. 라임이 뭔지, 플로우가 뭔지도 모르고. 혼자 외국 유명 래퍼 가사를 하나하나 번역해 가며, 열심히 듣고 분석하다 보니 혼자 시간이 잘 가더라고요. 제 성격이 원래 덜렁거리고 꼼꼼하지 못하고, 지구력도 없으며 끈기도 없는데요. 이상하게 랩 가사 쓸 때는 몰입을 하더라고요. 끼니도 거르고. 서울에서 함께 사는 언니가 ‘밥 좀 먹고 해’라고 말할 정도였죠.

2014년 쇼미더머니 시즌3에 출연했던 육지담이 당시 자신의 스승이 허인창이라고 말하는 걸 방송으로 보며 랩도 가르쳐 주는 데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솔직히 누군가에게 랩을 배웠다면 플로우, 라임이 뭔지도 일찍 깨쳤을 테고, 실력도 빨리 늘었겠죠. 그런데 저는 랩이란 게 배울 수 있는건지 잘 모르겠어요. 자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랩이잖아요?

지난해 엠넷 쇼미더머니4에 참가하기 전까지 공연 한번 펼쳐 본 적이 없어요. 욕을 싫어하는 엄마에게 랩 가사를 만들어봤다며 장난치듯 욕 섞인 랩을 하고, 친구들을 ‘디스’하는 재미를 느끼는 게 고작이었죠, 고기집, 바베큐집,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하며 쉬는 시간엔 유일한 취미인 랩 가사 쓰기를 했어요. 딱 한번, 친구의 친구가 있다는 힙합 크루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아무 활동이 없더라고요. 들어가자마자 흐지부지됐어요. 힙합 동호회 카페에 가입해도 오프라인 모임에 가기 어색해서 못갔어요. 아마추어 래퍼들이 홍대 놀이터에서 공연한다고 하면 혼자 가서 보고 돌아오곤 했어요.

쇼미더머니4 예선 경연장에서 처음으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랩을 했어요. 긴장하니 3~4차례 가사를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심사위원이었던 래퍼 로꼬의 한마디가 두고두고 큰 힘이 됐어요. “궁금한게 있는데요. 목소리 하나는 죽이네요.” 쇼미더머니4를 마친 뒤 풀이 죽어있을 때마다 로꼬의 그 한마디를 곰곰이 생각했어요. 제 랩에 대해 처음으로 전문가에게 들은 평가이기도 했어요.

쇼미더머니4를 마치고 몇달 뒤 지난해 SNS에 랩을 하는 동영상 하나를 올려 현 소속사인 미스틱 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가게 됐어요. 지금 소속사에서 처음 산하 힙합 레이블(올 아이 노우 뮤직)의 일원이 됐고요. 랩의 기본인 플로우, 라임을 깨달은 건 1년도 채 돼지 않아요. 한 프로듀서분이 지난해 녹음을 하는데 “혹시 플로우, 라임이 뭔지 알아?”라고 묻더라고요. 전 글로만 봐왔는데, 제가 정작 그걸 제대로 체화시키지 못한 상태더라고요. 회사에서 저를 영입한 이유는, 플로우나 라임을 모르는데도 어떻게든 듣기 좋게 랩을 하는게 신기해서였대요.

정리 | 이지석기자 monami153@sportsseoul.com

<자이언트 핑크. 제공 | 미스틱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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