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박지훈은 요즘 가장 바쁜 배우 중 한 명이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천만 배우’ 타이틀을 얻었다. 이후 티빙 오리지널·tvN 월화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로 안방극장까지 붙잡았다. 가수 활동도 놓지 않았다. 새 디지털 싱글을 냈다. 팬콘을 열었다. 아시아 투어도 앞두고 있다.
박수와 숫자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시기였지만, 정작 박지훈의 얼굴에는 들뜬 기색이 크지 않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지훈은 “주어진 임무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초·중급 배우 정도”라며 자신을 낮췄다.
현재 박지훈은 ‘취사병 전설이 되다’에서 이등병 강성재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총 대신 식칼을, 탄띠 대신 앞치마를 든 이등병 강성재가 전설의 취사병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밀리터리 쿡방 판타지 드라마다. 박지훈은 군부대라는 폐쇄적 공간 안에서 코미디와 성장 서사를 동시에 소화하며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 반응도 좋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지상파 포함 전 채널 동시간대 1위, 티빙 유료가입 기여자수 1위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열린 결말로 끝날 예정입니다. 성재만이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 소초에 일어난 일을 막으며 해피하게 끝나요. 감독님이 시즌제도 가능하게끔 열어주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어요. 물론 시즌2에 대한 생각도 있어요. 여러 선배님들과 시간이 맞아야 하는 문제라 저만 된다고 되는 건 아니죠. 만약 하게 된다면 똑같은 팀으로 다시 해보고 싶어요.”
현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배우로는 윤경호와 이상이를 꼽았다. 박지훈은 “경호 선배님이 현장에서 농담도 많이 해주시고 애드리브도 많이 해주셨다. 너무 재미있어서 깔깔 웃다가 집에 간 기억이 많다”며 “주인공으로서 고생이 많다고 해주신 말도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박지훈은 앞서 ‘왕과 사는 남자’에서도 선배 배우 유해진과 애틋한 서사를 만들며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남자 선배 배우들과 유독 좋은 케미스트리를 보인다는 말에는 고개를 갸웃했다.
“비결은 잘 모르겠어요. 저는 제가 할 것을 하면서 하는 건데 선배님들이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잘 보이려고 아부를 하는 성격도 아니고요. 오히려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신 건지 모르겠어요. 저도 선배님들께 ‘제가 왜 좋으세요?’라고 물어볼 순 없잖아요. 그냥 제 모습대로 행동하는 게 저의 모습인 것 같아요.”
‘왕과 사는 남자’는 박지훈에게 중요한 작품이었다. 그는 어린 선왕 이홍위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겼고, 작품은 누적 관객수 1600만 명을 넘기며 대흥행했다. 박지훈은 ‘단종 오빠’, ‘1600만 배우’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그러나 이러한 타이틀이 차기작 부담으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했다. 그는 “‘왕과 사는 남자’와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별개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작품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에너지와 코믹한 연출을 최대한 잘하려고 했다. ‘취사병’을 찍으면서 ‘왕과 사는 남자’를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제가 들떠 있는 모습이 남들한테는 안 좋게 보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으스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스스로 그런 모습이 보기 싫어요. 더 조심하게 되는 것 같고, 제 안에서 저를 낮추게 되는 것 같아요.”

군 입대에 대한 생각도 분명했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에서 군인을 연기한 만큼 실제 입대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박지훈은 여러 자리에서 해병대 수색대 지원 의지를 밝혀왔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그 생각은 변함없었다.
“이번 작품을 찍어보니 취사병이 정말 쉽지 않겠다는 걸 알았죠.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고 늦게 퇴근해야 해요. 그 노고를 느꼈어요. 저는 힘든 곳에 지원하는 게 목표입니다. 힘든 걸 해보면 뭔가 더 배우고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정확한 시기는 정해진 게 없지만, 해병대에 꼭 가고 싶어요. 가지 말라고 해도 내년에는 갈 예정입니다.”
박지훈의 커리어는 이미 독특하다. 2017년 워너원으로 가요 부문 신인상을 받았고, 2023년 ‘약한영웅 Class 1’으로 청룡시리즈어워즈 드라마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올해는 ‘왕과 사는 남자’로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신인상까지 수상했다. 가요, 드라마, 영화 세 부문 신인상을 모두 거머쥔 남자 배우는 박지훈이 유일하다.
“지금까진 단맛, 쓴맛만 표현한 것 같아요. 매운맛도 있을 거예요. 악역이나 범죄 누아르처럼 아직 못 느껴본 맛들도 많기 때문에, 추후 그런 맛들도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khd9987@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