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채근 전 감독 대학야구 위기 진단

한국대학야구연맹 회장 선거 출마 선언

TV중계·국제교류전·대졸 지명 확대

장채근 “대학야구 살릴 마지막 기회”

[스포츠서울 | 목동=김민규 기자] “이대로 가다간 대학야구 다 무너집니다.”

KBO리그가 ‘1200만 관중 시대’를 활짝 열었다. 매년 관중 신기록이 새로 쓰이고, 스타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러나 화려한 프로야구의 그림자 속에서 대학야구는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최근 홍익대학교 사태가 벌어졌다. 갑작스럽게 체육특기생 선발을 사실상 폐지하는 방향으로 입시제도를 개편한 것이다. 홍익대는 야구부, 축구부, 배구부 등을 운영 중인데, 학부모와 학생 모두에게 날벼락이 떨어진 셈이다. 대학야구계 역시 큰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장채근 전 홍익대 야구부 감독의 시선은 달랐다. 학교를 향한 비난보다 대학야구계 전체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해태 타이거즈(현 KIA) 왕조의 안방마님이자, 14년간 홍익대 야구부를 이끌었던 장 전 감독은 3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나 현재 대학야구를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홍익대 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대학이 마주한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위기 극복을 위해 장 전 감독은 한국대학야구연맹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그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대학야구 살리기에 승부수를 던졌다.

◇ 홍익대 사태? 학교보다 야구인들이 반성해야

장 전 감독은 최근 홍익대 사태를 두고 “갑자기 벌어진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감독 재임 시절부터 이미 위기 신호를 체감했다고 털어놨다. 장 전 감독은 “학부모들은 왜 갑자기 이러냐고 하겠지만, 사실 몇 년 전부터 낌새가 있었다. 결국 곯아 터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홍익대는 대학야구계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한 학교 중 하나였다고 했다. 학비를 비롯해 숙식에 선수 장비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랬던 홍익대가 돌연 체육특기생을 선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장 전 감독은 그 원인을 ‘투자 대비 효과’로 봤다. 그는 “전국대회에서 우승해도 학교 홍보가 안 된다. 그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어느 날 이사장님이 ‘야구부 우승한 걸 누가 아느냐’고 하시더라. 그 말이 가슴에 남았다”고 돌아봤다.

결국 학교 입장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얻는 홍보 효과가 미미하다면 지원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장 전 감독은 이번 사태를 학교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학야구가 수십 년 동안 관심 밖에 방치된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결국은 야구인들 잘못”이라며 “고교야구는 기사도 나오고 관심도 있다. 그런데 대학야구는 우승해도 기사 한 줄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학교 입장에서는 계속 투자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다른 대학도 연쇄적으로 같은 길을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KBO와 야구 원로들을 향해 “KBO도 대학야구를 멀리해서는 안 된다. 대학야구는 프로야구의 뿌리다. 지금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대학야구 홍보가 1번”

장 전 감독은 한국과 일본의 가장 큰 차이로 ‘관심’을 꼽았다. 그는 “일본은 대학야구가 인기 콘텐츠다. 중계도 하고 스타도 만든다. 시골의 작은 현에도 대학야구 리그가 있다. 4부에서 3부로 승격만 해도 지역이 난리가 난다”며 “우리나라는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대학야구 문화, 스타는 매스컴이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한국대학야구연맹 회장 선거 출마를 결심한 이유도 결국 홍보였다. 회장 취임 시 가장 먼저 연맹 홈페이지 활성화와 기록 시스템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장 전 감독은 “출마 이유 1번이 홍보다. 대학야구를 널리 알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기자들이 투수, 타자 기록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들겠다. 가이드북도 제작하겠다. 취재 접근성을 높여야 기사도 나오고 관심도 생긴다”고 힘줘 말했다.

더불어 그는 대학야구 부흥을 위한 8대 공약도 공개했다. TV 중계 확대와 국제 교류전 추진, 대회 신설, 드래프트 의무지명 확대 등을 내세웠다.

장 전 감독은 “각 대학야구 대회 4강부터는 중계방송을 추진하겠다. 또한 일본 2개 팀, 대만 1개 팀을 초청해 매년 교류전을 만들겠다”면서 “선수 육성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토너먼트 대회를 신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외에도 대학야구 경기의 공정성 증대를 위한 자동 볼 판정시스템(ABS) 도입 추진, 대졸 의무지명 확대, 감독자협의회를 통한 연맹 감사, U-리그 예산 확보 등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그는 현재 프로구단의 대졸 의무지명 1명을 2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KBO와 적극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 “장채근이 디딤돌이었다는 말 듣고 싶다”

장 전 감독은 대학야구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다. 선수로, 지도자로, 현장에서 모두 겪어봤기 때문이다.

그는 “돈만 있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야구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잠시 말을 멈춘 뒤 “대학야구 판에는 어른이 없다. 나부터 시작하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2년 안에 성과를 내고 싶다. 내가 물러난 뒤에도 ‘장채근이 디딤돌은 됐다’는 말은 듣고 싶다”고 웃었다.

1200만 관중 시대를 향해 질주하는 프로야구. 그 화려함 뒤에서 대학야구는 지금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장 전 감독의 대학연맹회장 출마는 누군가는 해야 할, 한국야구의 뿌리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외침일지도 모른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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