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에 헐렁한 정장, 눈치 보기에 급급한 위축된 어깨. 저축은행 회계팀 김부장(소지섭 분)의 모습에선 그 어떤 전사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소 나약해 보이기도 한다. 평범함의 외피가 벗겨진 순간, 압도적인 텐션이 안방을 장악했다. 새롭게 얼굴을 내민 SBS 새 금토드라마 ‘김부장’의 잔상이다.
차분한 겉모습과 달리 김부장은 전직 북한 비밀요원, 코드명 ‘66’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력을 숨기고 있다. 인민군 출신으로 북의 수장을 암살한 뒤 남한으로 망명해 정체를 숨기고 살았지만, 아내 대신 얻은 딸 민지(서수민 분)가 실종되면서 그의 봉인된 본능이 깨어난다.
재밌는 작품은 기가 막히게 알아보는 한국 대중을 완벽히 사로잡았다. 불과 2회 만에 15.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돌파했다. 2021년 ‘펜트하우스3’ 이후 5년 만에 전 채널 드라마 역사상 최초로 단 2회 만에 시청률 15%를 넘긴 대기록이다. 기록보다 주목할 지점은 대중이 ‘왜 김부장인가?’에 반응하고 있느냐다.

‘김부장’의 로그라인은 “평범한 아버지가 딸을 구하기 위해 괴물이 된다”로 요약된다. 영화 ‘테이큰’을 연상시키는 익숙한 문법은 흥행의 강력한 치트키다. ‘김부장’은 여기에 ‘남과 북’이라는 한국적 특수성과 ‘조직 사회의 굴레’라는 현실 밀착형 서사를 영리하게 섞어냈다. 답답한 현실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김부장이 거침없이 적들을 쓸어버리는 주먹은 그 자체로 시원한 카타르시스가 된다.
승부수는 단연 소지섭이다. ‘발리에서 생긴 일’,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묵직한 존재감을 가진 캐릭터를 갈구해온 소지섭에게 ‘김부장’은 커리어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해석된다. 낙엽조차 조심하며 살던 소심한 김부장이 딸의 실종을 확인하는 순간, 맹수처럼 돌변하는 지점에서 소지섭의 양면적 매력이 폭발한다.
액션의 질감도 눈에 띈다. 화려한 기교를 부리는 현란한 액션이 아니다. 상대의 숨통을 정확히 끊어놓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제압하는 ‘인간 흉기’ 코드네임 66의 본능이 소지섭의 절제된 연기를 통해 구현된다. 이는 소지섭이 가진 정적이고 묵직한 카리스마와 절묘하게 맞물린다.

주변부 인물들의 활용도 적절하다. 비밀요원 출신 박진철(윤경호 분)과 성한수(최대훈 분)는 적재적소에서 코믹한 호흡으로 숨통을 틔워주며, 서수민은 사춘기 딸의 예민함 속에 아버지를 닮은 강인함을 숨긴 캐릭터를 흠잡을 데 없이 소화했다.
유일한 아쉬움은 지상파라는 틀 안에서 구현되는 액션의 수위 정도다. OTT였다면 더 강력한 ‘매운맛’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대목은 오히려 ‘김부장’이 가진 폭발력을 방증하기도 한다.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진 세상에서, 김부장은 딸을 찾기 위해 법도 규범도 무시하고 ‘무법 중년’을 선언했다. 소지섭이 완성해가는 이 처절하고도 묵직한 복수극이 어디까지 치솟을지, 메가 히트작의 기운이 안방극장을 뒤덮고 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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