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연상호 감독님의 ‘페르소나’요? 혹시 시켜주시나요?”
이 넓은 연예계에서 작품으로 한 번 재회하는 것도 인연이라는데, 벌써 네 번째 호흡이면 사랑에 가깝다. 배우 구교환이 영화 ‘군체’를 통해 연상호 감독과 또 한 번 손을 잡았다.
누적 관객 수 4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 중인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에서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연상호 감독이 선보이는 새로운 K 좀비 시리즈이기도 하다.
구교환은 영화 ‘반도’, 티빙 오리지널 ‘괴이’,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에 이어 ‘군체’까지 연상호 감독과 네 번째 협업을 이어갔다.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구교환은 “‘군체’의 첫 번째 매력은 일단 서 씨 캐릭터라는 점”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서 대위(‘반도’ 속 캐릭터) 이후 또 서 씨 캐릭터라서 좋았어요. 그리고 연상호 감독님 작품은 기본적으로 자유도가 보장돼요. 그렇다고 제 마음대로 캐릭터를 해석하라는 뜻은 아니고요. 절반의 자유와 절반의 통제 속에서 연기하는 느낌이에요.”

극 중 구교환이 연기한 서영철은 감염 사태의 원인이자 유일한 백신이다. 둥우리 빌딩을 중심으로 감염자들을 탄생시킨 서영철은 생존자 권세정(전지현 분) 일행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붙인다.
“사실 배우가 작품에 자신의 연출을 과하게 집어넣는 순간 위험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신 저는 첫 테이크에서 최대한 많은 소스를 제공하려고 해요. 그러면 감독님이 그걸 깎고 다듬어주시죠. 그 부분에 대한 믿음이 있어요. 서영철은 대사보다 지문이 굉장히 자세하게 적혀 있었어요. 거기서 많은 힌트를 얻었죠. 서영철이라는 인물에 대한 감독님의 지분은 80% 이상인 것 같아요.”

네 작품을 함께한 만큼 이제는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됐다. 무엇보다 연상호 감독의 ‘구교환 사랑’은 이미 업계에서도 유명하다. 일각에서는 구교환을 두고 ‘연상호의 페르소나’라고 부르기도 한다.
“페르소나요? 시켜주신대요?(웃음) 저는 감독님이 계속 저를 캐스팅해주셨으면 좋겠어요. 10년 뒤에도 연상호 감독님 작품 크레디트에 제 이름이 올라가 있으면 좋겠고요.”
구교환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왜 감독들이 그를 찾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구교환은 단순히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인물 자체가 되어 살아간다. ‘군체’의 서영철뿐 아니라 ‘만약에 우리’ 이은호,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황동만 역시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면서도 비슷한 인물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배우 구교환의 가장 큰 강점은 매 작품마다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그래서 구교환의 ‘열일’이 오히려 반갑다.
“‘열일’에 대한 원동력을 묻는다면 결국 ‘사랑’인 것 같아요. 결과물은 저 혼자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우선 제가 작품을 즐기고 사랑하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후회도 덜 남고, 만나는 인물들도 모두 사랑하게 되더라고요. 그게 제 원동력이에요.”
그렇다면 구교환의 ‘진짜 얼굴’은 무엇일까.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정작 구교환도 쉽게 내리지 못했다.
“제 얼굴이 매번 다르게 보인다면 감독님들이 보고 싶은 얼굴을 발견해서 보여주시는 것 아닐까요. 제가 변검술을 배우지 않는 이상이요.(웃음) 만약 세상에 ‘연기 변신’이라는 게 있다면 그건 연출자와 작가님이 만들어주시는 것 같아요. 배우는 순정한 상태로 캐릭터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은 그냥 작품에 집중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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