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EDM에 뽕이 섞인 혼종이다. 귓가를 때리는 강렬한 비트 위로 낯익은 트로트 멜로디가 슬그머니 자리를 차지한다. 어디서 들어본 듯하면서도 세련된 최예나만의 맛이 있다. 우연히라도 한 번 듣게 되면 “따 따 라 따 따(DA DA RA DA DA)”를 흥얼거리며 중독될 수밖에 없다.

솔로 최예나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3월 11일 발매한 미니 5집 타이틀곡 ‘캐치 캐치(Catch catch)’가 지난 10일 기준 멜론 TOP100 차트 6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발매 직후 반짝하고 사라지는 일회성 밈에 기댄 초고속 히트작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음악 자체가 가진 묘한 매력으로 이용자 수를 꾸준히 끌어올린 우직한 정주행이다. 두 달이란 긴 여정 끝에 마침내 차트 최상위권에 당도했다.

흥행의 본질은 ‘캐치 캐치’가 지닌 오묘하고도 강력한 곡의 완성도에 있다. 일렉트로 팝 사운드 위에 ‘쫓고 쫓기는’ 관계의 긴장감을 경쾌하게 녹여낸 이 곡은 “따 따 라 따 따”라는 원초적이고 중독성 강한 후렴구로 단숨에 귓가를 사로잡는다.

특히 티아라, 오렌지캬라멜 등으로 대표되는 2세대 K팝 특유의 멜로디와 복고풍 감성을 2026년 스타일의 세련된 EDM으로 완벽하게 재해석했다. 덕분에 세대를 불문하고 무장해제시키는 흥을 유발하고 있다.

최예나가 데뷔 후 뚝심 있게 쌓아 올린 이른바 ‘예나 코어(YENA Core)’의 승리다. 어린 시절 소아암을 이겨내고 특유의 긍정 에너지를 음악에 녹여낸 최예나는 솔로 데뷔곡 ‘스마일리’로 홀로서기에 성공한 이후 상큼한 이미지와 만화적 감성 등 자신에게 최적화된 요소를 일관되게 드러냈다. 유행을 무작정 좇기보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깊게 파고들어, ‘최예나’라는 이름 자체를 하나의 독보적인 장르로 구현한 것이다.

탄탄하게 준비된 음악에 강력한 운도 따랐다. 근육으로 중무장한 배우 이준이 프로야구 일일 치어리더로 나서 이 곡을 춘 영상이 큰 화제를 모은 것. 최예나의 비타민 같은 이미지와 대비되는, 이준의 우락부락한 근육과 진지한 무표정은 색다른 반전 재미를 선사, 곡의 대중적 확산을 앞당겼다.

뜨거운 화제성은 국경마저 넘었다. ‘캐치 캐치’ 뮤직비디오는 중국 대표 영상 플랫폼 빌리빌리에서 올해 발매된 K팝 곡 중 최초로 500만 뷰를 돌파했다. 중국 음원 플랫폼 QQ뮤직에서는 주간 한국 차트 3위(중국어 버전)와 6위(한국어 버전)를 석권했으며, 숏폼 플랫폼 도우인 내 챌린지 조회수는 무려 9억 뷰를 돌파했다.

요즘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귀를 찢는 듯한 강렬한 테크노 사운드가 K팝 신에 새롭게 몰아치고 있다. 이 치열하고 무거운 흐름 속에서 최예나는 자신만의 가볍고도 확고한 정체성을 무기로 가장 파괴적인 도파민을 선사하고 있다. 오직 음악의 힘과 뚝심으로 빚어낸 ‘예나 코어’의 진화, 켜켜이 쌓아 올린 이 단단한 서사의 정점은 아직 오지 않았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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