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배우의 무대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작품이 끝나면 인터뷰를 하고 다음 작품을 기다렸다. 드라마 속 캐릭터가 배우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작품의 성과가 곧 배우의 성과로 이어졌다. 팬과 직접 만나는 자리는 일부 한류 스타의 행사에 가까웠다.

지금은 다르다. 배우는 드라마 밖에서도 움직인다. 팬미팅을 열고, 아시아 투어를 돌고, 노래와 토크, 게임, 무대 이벤트를 준비한다. 작품 속 인기가 공연장으로 옮겨가고, 캐릭터를 향한 호감은 배우 개인의 팬덤으로 확장된다.

2026년 들어 이 흐름은 더 선명해졌다. 박지훈은 2026년 아시아 팬콘 투어 ‘RE:FLECT’를 연다. 오는 23일 도쿄를 시작으로 서울, 쿠알라룸푸르, 호찌민, 하노이, 방콕, 싱가포르를 찾는다. 가수 출신 배우라는 경계는 오히려 무기가 됐다. 드라마와 무대 활동을 함께 쌓아온 그는 팬콘이라는 형식을 통해 배우와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동시에 가져간다.

김선호도 2026년 팬미팅 투어 ‘LOVE FACTORY’로 아시아 팬을 만난다.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자카르타, 가나가와, 마닐라, 타이베이, 방콕까지 일정이 이어진다. 서울 팬미팅은 4월 11일과 12일 블루스퀘어 우리WON뱅킹홀에서 열렸고, 이후 해외 일정으로 확장됐다.

이종석은 2026년 1월 도쿄 NHK홀에서 ‘With : Just Like This’ 파이널 앙코르 스테이지를 열며 아시아 팬미팅 투어를 마무리했다. 이 투어는 서울을 시작으로 도쿄, 오사카, 타이베이, 방콕, 홍콩 등으로 이어졌다. 작품 이후의 열기를 한 시즌의 팬미팅 여정으로 끌고 간 사례다.

팬미팅은 배우에게 또 다른 무대다. 노래를 부르고, 게임을 하고, 작품 비하인드를 풀고, 팬의 질문에 답한다. 때로는 편지를 읽고, 직접 눈을 맞춘다. 아이돌 공연과 토크쇼, 제작발표회, 팬서비스가 한 공간에 섞인다.

배우의 스타성도 이 과정에서 새롭게 완성된다. 드라마가 배우의 얼굴을 만든다면, 팬미팅은 배우의 온도를 만든다. 화면 속 이미지만으로는 알 수 없던 인간적 매력이 팬덤 안에서 확장된다. 어설프게 노래하는 순간도, 팬의 말에 웃는 표정도, 다음 작품을 조심스럽게 언급하는 말도 모두 서사가 된다.

글로벌 OTT의 영향도 크다. 한국 드라마는 이제 국내 방송권 안에서만 소비되지 않는다. 해외 시청자는 작품 공개 직후 배우를 발견한다. 그 관심은 SNS 팔로우, 팬 커뮤니티, 굿즈 소비, 팬미팅 티켓 구매로 이어진다. 아시아 팬미팅 투어는 작품 흥행 이후 가장 자연스러운 후속 사업이 됐다.

과거 한류 팬미팅은 일부 톱스타 중심으로 움직였다. 지금은 층위가 넓어졌다. 드라마 한 편으로 급부상한 배우, 서브 캐릭터로 주목받은 배우, 가수와 배우 활동을 병행하는 멀티 스타까지 팬미팅 시장에 진입한다. 배우의 인기는 더 이상 시청률이나 화제성만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좌석 규모, 매진 속도, 도시 수, 현장 반응이 새로운 지표가 됐다.

매니지먼트 전략도 달라졌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배우는 매 작품마다 다른 캐릭터를 입는다. 한 작품의 팬이 다음 작품까지 따라오지 않을 수 있다. 팬미팅은 이 간극을 줄인다. 캐릭터 팬을 배우 팬으로 묶고, 다음 작품까지 관심을 이어가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배우 역시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보여줘야 하는 시대에 놓였다.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작품 이후의 열기를 어떻게 이어갈지, 팬덤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지, 해외 시장에서 어떤 얼굴로 남을지가 중요해졌다.

이제 팬미팅은 작품의 부록이 아니다. 배우 커리어의 또 다른 본편이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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