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개척자’ ‘기적의 소녀’. 대한민국 설상 종목 최초의 ‘금메달리스트’를 수식하는 말이다.

최가온(18·세화여고)이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이 올림픽 설상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건 최초다. 동시에 올림픽 역사상 최연소(17세 3개월)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겹경사다.

1, 2차 시기에서 잇달아 실수했지만, 통증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3차 시기에서 90.25점을 따내 포디움 최상단에 올랐다. 높은 체공과 안정적인 랜딩, 복합적이면서도 화려한 기술의 앙상블이 세계 보더팬을 홀렸다.

대한체육회 유승민 회장도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과 과감한 도전정신이 만든 값진 결과”라며 “한국 동계스포츠의 새로운 도약을 이끈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기뻐했다.

수식어가 하나 더 붙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의 딸’이다. 최가온은 2년 전 허리를 크게 다쳤다. 수술과 치료에만 7000만원 가량 든 큰 부상. 스키를 포함한 ‘설상종목’에 진심인 롯데 신동빈 회장은 이 소식을 듣고 전액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13년여 간 설상종목에 800억원 이상 후원해 척박한 땅을 개척했다. 이번 올림픽 스노보드 대표팀이 금빛 연기를 펼친 최가온을 포함해 은(김상겸·평행대회전), 동(유승은·빅에어)메달을 모두 따낸 건 롯데그룹의 헌신이 빚은 결과다.

최가온은 “올림픽은 어릴 때부터 꿈꾼 무대다.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뿐”이라며 “세게 넘어졌더니 오히려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담대함을 보였다. 그는 “(금메달 획득이) 꿈만 같다. 부상에도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 너무 대견하다”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세계 최고의 ‘보더’가 됐지만, 최가온은 여전히 ‘꿈꾸는 소녀’다. 시상식 후 공식 세리머니로 자리매김한 ‘빅토리 셀피’에서 소녀의 해맑은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올림픽의 꿈을 놓치지 않게 해준 ‘우상’ 클로이김(26·미국)과 함께 포디움에 올랐다. ‘셀카’를 찍는 최가온의 얼굴엔 꿈을 이뤘다는 기쁨과, 우상의 축하가 어우러진 또다른 환희의 미소가 번졌다.

최가온에게 ‘스노보드 여왕’ 자리를 물려준 클로이 김은 “(최)가온이는 ‘마이 베이비’다. 어릴 때부터 봐와서, 정말 자랑스럽다”면서 “내가 멘토들을 제치고 우승했을 때 그들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 것 같다. 정말 특별한 순간이다. 내 멘토들처럼, 나도 가온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진심으로 축하했다.

AI가 카피할 수 없는 올림픽의 가치가 개척자들의 우정으로 더 빛났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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