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취재구역, 韓 빠졌다가 넣었다
믹스트존 한 칸에 드러난 올림픽의 태도
관계자 “한국 붙였어” 거듭 강조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당연한 걸 왜, 자랑처럼 말할까.’
12일(이상 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 남자 1000m 경기가 열린 날, 한국의 기대주 구경민(21·스포츠토토)은 1분08초53으로 10위를 기록했다. 개인 최고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올림픽 무대에서 ‘톱10’을 달성했다는 점에 의미 있는 성과였다.
그러나 이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들은 한마디가 경기의 여운을 덮었다. 믹스트존 담당자는 한국 취재진을 보자, “여기 봐! 한국 붙였어”라며 국가별 구획 한쪽을 가리켰다. ‘KOR’이란 표식이 붙어 있었다. 다만, 이 장면이 왜 자랑처럼 연출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당연한 게 아닌가.

앞서 1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여자 1000m 경기 후 믹스트존에는 한국 구획이 없었다. 이탈리아, 미국, 네덜란드, 중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참가국 이름이 있었지만 한국은 빠져 있었다. 담당자에게 이유를 묻자 “누가 몰래 한국만 떼 간 것 같다”는 농담이 돌아왔다. 이어 “다음에는 붙여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약속은 지켜졌다. 그러나 방식이 문제다. 한 국가를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사안인가. 올림픽은 동네 체육대회가 아니다. 더욱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은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 무대다.
실수라면 인정하고 바로잡으면 된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단순한 행정 오류는 아닌 듯 보인다. 한국은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수십 년간 메달을 쌓아온 빙상 강국이다. 중국과 일본 구획은 있으면서 한국이 빠졌다는 것은 준비 과정의 인식 부족을 드러낸다.

그의 말에서 ‘해줬다’는 뉘앙스가 느껴진 것은 단순한 오해일까. 올림픽은 참가국 모두를 동등하게 존중하는 무대여야 한다. 국기를 가슴에 단 선수들이 경쟁하는 자리에서, 운영의 기본이 선심처럼 전달돼선 곤란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올림픽의 권위는 화려한 개회식이나 최신 시설에서 나오지 않는다. 공정한 판정, 체계적인 운영,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를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빙판 위에선 0.001초까지 엄격하게 가리면서, 경기장 밖에선 기본이 흔들린다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일은 단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은 균열이 대회의 신뢰를 깨뜨릴 수 있다. 기본에 대한 존중,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반드시 배워야 할 과제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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