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하지원이 故 이순재의 영결식에서 눈물의 추도사를 올렸다. 스승으로 존경해온 선배를 떠나보내며 조문객의 마음을 울렸다.

27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김나운, 김영철, 박상원, 유동근, 정준호, 최수종, 정일우 등 많은 동료 배우들이 참석했다. 사회와 약력 보고는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호흡을 맞췄던 정보석이 맡았고, 추도사는 하지원과 김영철이 차례로 낭독했다.

하지원은 더킹 투하츠에서 함께 출연한 인연을 떠올리며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순재 선생님. 오늘 이 자리에서 선생님을 보내드려야 한다는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지금도 어디선가 선생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 올 것만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 앞에서 제가 스스로 흔들렸던 시기에 ‘선생님. 연기는 왜 할수록 어려운가요’라고 조심스럽게 여쭤본 적이 있다. 그때 선생님께서는 ‘인마. 지금 나도 어렵다’고 하셨다. 그 한마디는 제게 큰 위로이자 오랫동안 마음을 지킨 가르침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여전히 연기가 어렵다고 말할 수 있는 솔직함과 겸손함이 저에게는 큰 위로였고 평생의 가르침이 됐다. 선생님께 배운 마음과 자세를 앞으로 작품과 삶 속에서 꾸준히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하지원은 “선생님의 영원한 팬클럽 회장”임을 밝히며 울먹였다.

다음 추도사에 나선 김영철도 깊은 슬픔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어떤 하루를 없던 날로 할 수 있다면, 그날 그 새벽을 잘라내고 싶다. 거짓말이었으면, 드라마 한 장면이라면 얼마나 좋겠나”라며 그리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우리에게 연기의 길을 보여주신 분이다. 작은 끄덕임 하나가 후배들에게는 늘 잘하고 있다는 응원이었다”고 했다.

고 이순재는 지난 25일 별세했다. 향년 91세. 한국 방송과 연극계를 넘어 한국 문화예술의 역사 한가운데를 지켜온 원로 배우의 마지막 길에 동료 배우들과 대중의 깊은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