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대표하는 종목으로 떠오른 여자배구는 대중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더 나은 미래와 도약을 위해 한유미 KBSN 해설위원 겸 여자배구대표팀 코치가 자신만의 배구생각을 이야기한다. V리그 출범부터 함께했던 레전드의 시선으로 여자배구를 다양하고 깊이 있게 살펴보자. <편집자주>

선수 시절부터 지도자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마침 지난해 세자르 감독과 대화를 나누며 해외는 어떤 분위기인지 물어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선수단과 감독 사이에서 가교 구실 할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감독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늘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돼 설레는 마음이다.

기대의 크기에 걱정, 고민이 비례한다. 아직 지도자 경험이 없는데 이 일을 대표팀에서 하게 됐기 때문이다. 프로팀을 맡아본 적도 없기에 스스로 우려를 하게 된다. 주변에서도 걱정하는 분이 있을 것이다. 스스로 기대 반, 걱정 반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세자르 감독의 부재로 할 일이 더 많아진 게 사실이다. 책임감도 크다. 비디오 미팅을 통해 훈련 프로그램을 정하고 훈련 영상을 보내 피드백을 받으면 이를 훈련에 반영하는 패턴으로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감독의 지시가 있을 테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 디테일한 것은 코치가 잡아줘야 하는 만큼 내 역할이 클 것 같다.

세자르 감독은 “잠 많이 못 잘 생각하고 오라”고 했다. 훈련도 주관해야 하고, 훈련 후엔 진행 상황을 상세하게 정리해 감독에게 전달해야 하기에 할 일이 태산 같을 것이다.

평소 나는 연구를 많이 하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배워 익숙한 대로, 하던 대로 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세계적 추세를 따라갈 수 있도록 선수를 지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선수가 스스로 ‘아 이 지도자는 공부하고 노력하는구나’라는 느낌을 줘야 동기부여가 되고 더 열심히 움직이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지도가 100% 성공하거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해도 이러한 과정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선수의 장점을 살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단점을 보고 ‘이래서 안 돼’ 하기보다 선수가 잘하는 플레이를 더 잘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게 지도자의 역할이다. 대표팀에서도 이러한 마음을 잃지 않고 일하고 싶다.

김연경이 어드바이저로 대표팀과 함께하는 건 선수 뿐 아니라 내게도 큰 힘이 될 것 같다. 김연경 같은 큰 선수가 선수를 봐준다면 선수도 좋아하고 실질적으로 도움도 될 수 있다. 선수가 아닌 코치진의 일원으로 호흡을 맞추는 신선한 일을 함께하게 돼 기쁘다.

24일 진천선수촌에 입촌한다. 선수촌에 들어가는 건 2012년 이후 11년 만이다. 어느 때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짐을 싼다.

KBSN 해설위원 겸 여자배구대표팀 코치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