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배 감독
FC오산을 지도하는 박성배 감독이 지난 14일 충북 제천시의 제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제 50회 추계 한국중등축구연맹전 청룡그룹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제천 |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2014.08.14

덩치 큰 감독이 빗물과 땀에 젖은 선수들을 부둥켜 안고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어린 학생 선수들도 같이 울기 시작했다.

‘흑상어’ 박성배(39) 감독이 중등부 축구클럽인 FC오산을 이끌고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충북 제천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제 50회 추계 한국중등축구연맹전에서 당당히 청룡그룹 우승을 차지했다. 팀을 지도한 지 2년이 채 안된 초보 감독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외인구단’과 함게 이룬 영광스러운 결과물이었다. 박 감독은 “상처를 하나씩 안고 있는 아이들이 마음 고생을 견디고 감독을 믿어가며 잘 견뎌줬다. 대견스럽다”며 “이것이 지도자의 기쁨인가 보다. 선수 시절 골을 넣었을 때보다 더한 희열이 느껴진다”고 감격했다.

클럽팀 FC오산는 다양한 선수들이 모인 ‘외인구단’이다. 저마다 우여곡절을 겪은 탓에 학교수업을 마치고 오산까지 찾아가 1~2시간 운동하고 귀가하는 고단한 생활도 즐겁게 이겨내고 있다.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장신 수비수 김보승은 명문 포항제철중에서 경쟁에서 뒤져 이적했다. 최우수 골키퍼로 꼽힌 이태희는 운동을 하던 여주 여강중 축구부가 사라지면서 오산으로 옮긴 경우다. 지난 6개월간 14㎏을 감량하며 팀의 승리를 뒷받침했다. 8골로 득점상을 수상한 권현성은 원래 중앙수비수였다. 다니던 학교 축구부가 해체위기에 놓이자 말레이시아로 유학을 갔지만 3개월만에 귀국해 오산으로 왔다.

FC오산 우승
박성배(맨 뒷줄 가운데) 감독이 이끄는 FC오산이 14일 제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제 50회 추계 한국중등축구연맹전 청룡그룹 결승전에서 승리하며 우승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천 |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스타 공격수 출신인 박성배 감독은 어린 선수들의 꿈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박 감독은 “사실 성인팀을 맡고 싶어서 준비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어린 선수들을 접해보면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과 발전 속도가 눈에 보이는 것에 자극을 받았다. 내가 어린 시절 많이 아쉬웠던 것들을 떠올리며 이 아이들을 더 좋은 선수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5세 이하 팀 창단과 함께 감독을 맡은 그는 이제 2년차 감독이지만 자신만의 철학으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당장의 성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저 아이들이 대학에 가고 프로에 간 후를 생각해야 한다. 선수로서 필요한 것들을 지금 습득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면서 체력보다 개인기술과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하루하루가 내겐 공부고 자산이다. 아이들을 가르쳐보지 못했다면 선수의 성장과정을 제대로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팀이 아닌 클럽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중등연맹전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더 많은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목표의식을 갖고 운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중등연맹전의 취지가 잘 드러난 결과다. 중등축구연맹은 고학년부터 저학년까지 세분화해서 대회를 마련했다. 그 안에서도 여러 개의 그룹으로 나눠 그룹별 우승팀을 가린다. 특히 우승을 독식할 정도로 강한 전력을 갖춘 프로구단 산하 유소년팀을 따로 한 그룹으로 묶어 더 많은 팀들이 우승을 맛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 열심히 준비한 팀이 성과를 얻는 구조가 자리를 잡으며 중등연맹전이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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