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숭의여고 최철권 감독. 그는 지난 1987년 전국체전에서 97득점으로 아마 농구 최다득점 기록을 세운 슈터 출신이다. 최 감독의 형은 최부영 감독이다.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최철권(53) 감독은 2006년부터 숭의 여자 고등학교 농구부를 지도하고 있다. 숭의여고는 수많은 농구스타를 배출한 명문교다. 11년째 숭의여고 농구팀을 이끌고 있는 최 감독은 자신이 지도한 여러 선수 중에서 현재 고교 1학년 박지현(16)을 으뜸으로 꼽았다.

최 감독은 “그동안 숭의여고에서 고아라, 배혜윤(이상 삼성) 허기쁨, 최원선(KDB생명), 이령(KEB하나은행) 등 여러 프로선수를 배출했다. 그들은 모두 랭킹 톱의 재원으로 청소년 대표를 한 선수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들으면 기분 나쁠 수도 있지만 지현이가 한 수 위의 선수”라고 말했다.

국가대표 슈터 출신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최 감독의 눈을 단박에 사로잡은 박지현은 누구나 인정하는 대한민국 여자 농구의 미래다. 뛰어난 신체조건과 타고난 센스, 그리고 농구에 대한 열정을 보유하고 있다.

최 감독에게 박지현의 장점을 꼽아달라고 하자 “모든 면”이라고 했다. 최 감독은 “지현이는 체격이 좋고 패스, 드리블, 수비, 리바운드에서 선배들 보다 나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단지 파워면에서 부족할 뿐이다. 그러나 그 선배들이 1학년 때와 비교해서는 한 수 위”라고 평가하며 “여자 농구의 큰 재목이자 기대주”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3
비슷한 키의 최 감독과 박지현이 서로의 팔 길이를 대보고 있다.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주 포지션이 포인트 가드인 박지현의 현재 신장은 180㎝다. 팔길이는 85㎝에 달한다. 천상 농구를 하기 위해 태어난 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숭의여고에서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뛰며 농구 감각의 밸런스를 높이고 있다.

최 감독은 지도자로서 박지현을 만난 게 “행운”이라고 했지만 “아쉬움도 있다”고 했다. 선수 기량에 대한 부족함이 아니다. 농구 환경에 대한 아쉬움이다. 최 감독은 “자원이 부족하다 보니 경쟁상대가 없다. 라이벌이 없다. 우리팀에도 없고 전국을 통틀어 봐도 없다. 경쟁 상대가 없으니까 지현이가 운동을 열심히 안하는건 아닌데 소홀해 질 수 있다. 위기의식이 부족하면 성장이 더뎌진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고교 여자농구는 최근 팀당 5~7명 정도의 선수로 유지되고 있다. 열악한 상황이다. 자체 경기가 힘들어 훈련에 매진한다. 숭의여고 농구부도 5명에 불과하다.

해결책은 선진 농구의 경험이다. 최 감독은 향후 한국 여자 농구를 짊어질 어린 선수들이 “선진 농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WKBL이나 농구연맹에서 장기적인 플랜을 만들어 선수를 지원해야 한다. 미국이나 가까운 일본이라도 보내야 한다. 지현이를 혼자 보내기 힘들면 센터 박지수(분당경영고3학년)와 같이 보내는 방안도 있다”라고 했다.

이는 여자농구 진일보를 향한 현장의 절실한 호소에 가깝다. 숭의여고 입장에선 박지현이 있어야 발전하고 우승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최 감독은 “지현이 같은 선수는 더 잘하는 선수들과 붙어봐야 한다. 그래야 성장할 수 있다. 그런 기회가 부족한 게 감독으로서 안타깝다”라고 토로했다. 눈 앞의 재목이 큰 세상에서 더 발전했으면 하는 지도자의 바람이다.

WKBL은 매년 유소녀 엘리트 선수에게 2주간 미국 연수를 기회를 주고 있다. 그러나 박지현과 같은 특급 유망주의 경우, 최소 1년 이상 유지되는 장기적인 육성 플랜이 필요해 보인다.

kenny@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