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과달루페=김용일 기자] 믿을 수 없는 밤이었다. 도대체 축구대표팀 ‘홍명보호’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지난 두 경기에서 조직적인 수비와 기동력을 앞세운 공격으로 체코를 2-1로 제압하고, ‘개최국’ 이점을 지닌 멕시코(0-1 패)와도 잘 싸웠던 흔적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쇼크’ 그 자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인근 과달루페의 BBV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남아프라키공화국과 경기에서 90분 내내 졸전을 거듭, 후반 18분 타펠로 마세코에게 선제 결승포를 내주며 0-1로 졌다.
애초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32강행 티켓을 품는 마지노선인 2위를 사수, 오는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B조 2위 캐나다와 16강 진출을 두고 겨룰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자리를 최하위에 머물던 남아공에 내줬다. 한국은 3위(1승2패·승점 3)로 밀려났고, 남아공은 1승1무1패(승점 4)가 돼 극적으로 2위가 됐다. 개최국 멕시코(3승·승점 9)가 같은 시간 열린 체코(1무2패·승점 1)와 3차전을 3-0으로 이겨준 덕분에 다이렉트 탈락인 최하위로 추락하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LA행 꿈이 물거품이 된 한국의 운명은 다른 나라 손에 넘어갔다. 이번 대회는 조 3위 팀 중 상위 성적 8개 팀이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32강에 합류한다. 한국은 1승을 안고 있어 가능성이 있다. 처참한 상황이나 조별리그 잔여 경기를 지켜보면서 두 손 모아 32강행을 바라야 한다.
홍 감독은 앞서 두 경기에 선발로 뛴 ‘캡틴’ 손흥민, 이재성 두 베테랑을 교체 명단에 두는 선택을 했다. 몬테레이의 고온다습한 날씨 등을 고려해 후반 조커 투입을 그렸다. 그런데 대신 선발 기회를 잡은 오현규 황희찬은 물론, 그간 중원의 엔진 노릇을 한 황인범 백승호, 좌우 윙백으로 나선 이태석 설영우 등은 이상하리만큼 잘 뛰지 못했다. 충격적인 건 손흥민 옌스 카스트로프 등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된 이들의 기동력도 눈에 띄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상대 주무기인 좌우 풀백의 전진을 제어하지 못했다. 또 역습을 허용할 때 상대 한두 번의 유연한 터치에 속수무책 무너졌다. 결승골을 허용할 때도 상대 전진 패스를 일차적으로 제어하지 못했다. 남아공 ‘교체 자원’ 체팡 모레미가 왼쪽 측면을 파고들어 크로스한 공을 마세코가 잡아 카스트로프의 방어를 따돌리며 왼발로 골문 구석을 갈랐다.

선제골을 허용한 뒤 추격에 나서야 했는데, 태극전사는 여전히 병든 닭처럼 기력이 없어 보였다. 기술 지역에서 홍 감독을 비롯해 코치진이 패스의 방향을 지시했으나 이 역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였다.

축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지난 두 경기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인 팀이 한순간 이정도로 에너지 레벨이 떨어지는 건 보기 드물다. 일부 선수의 컨디션이 오락가락할 순 있지만 전체가 문제를 보이는 건 매우 심각하다. 홍 감독은 경기 직후 팀 컨디셔닝이 무너진 이유를 묻는 말에 “모든 건 감독의 책임”이라고 답했다. 선수도 “반성하겠다”는 뉘앙스만 반복했다.
경기 직후 LA행 티켓과 숙박 등을 알아보려던 현장 취재진, 축구인 모두 충격에 빠졌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도대체 무슨 일이냐”는 말만 반복했다. 현재로서는 32강행 여부를 떠나 ‘왜’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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