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과달루페=김용일 기자] ‘캡틴’ 손흥민을 벤치에서 대기시키면서 새롭게 승부를 건 축구대표팀 ‘홍명보호’가 원치 않는 시나리오와 마주했다.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32강행을 확정지을 수 있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 졸전을 펼치며 패했다.
홍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5일 오전(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인근 과달루페의 BBV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남아공과 경기에서 후반 18분 타펠로 마세코에게 선제 결승포를 내주며 0-1로 졌다.
1승2패(승점 3)에 머문 한국은 남아공(1승1무1패·승점 4)에게 2위 자리를 내주며 3위로 주저앉았다. 애초 무승부 이상 성적을 내면 2위를 사수하면서 LA로 날아가 32강을 치를 수 있었는데 물거품이 됐다. 그나마 같은 시간 선두 멕시코(승점 9)가 체코(승점 1)를 3-0으로 꺾으면서 한국은 최하위 추락 위기를 벗어났다. 다이렉트 탈락을 피한 게 다행이었다.
한국은 향후 진행되는 조별리그 잔여 경기를 보고 조 3위 팀 중 성적이 좋은 상위 8개 팀에 주어지는 32강행 와일드카드를 바라봐야 하는 처지다.
홍 감독은 1차전 체코전(2-1 승) 결승포의 주인공인 오현규를 처음으로 선발 스트라이커로 내보냈다. 그는 지난 멕시코와 2차전까지 후반 교체로만 뛰었다. 역시 지난 2경기에서 교체로 뛴 황희찬도 첫 선발 명령을 받았다. 둘은 이강인과 공격 삼각 편대를 이뤘다.
중원은 황인범과 백승호가 지속해서 호흡을 맞췄다. 좌우 윙백은 이태석과 설영우가 출전했다. 스리백은 변함없이 이기혁, 김민재, 이한범.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앞서 오현규와 황희찬이 나서는 자리에 각각 선발로 뛴 ‘캡틴’ 손흥민과 이재성 두 1992년생 베테랑은 이날 벤치에서 대기,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후반 조커 투입을 기다렸다.
한국은 전반 2분 만에 이강인의 코너킥 때 김민재가 위협적인 헤더 슛을 시도했다. 5분 뒤엔 황인범의 오른쪽 침투 패스를 받은 설영우가 낮게 크로스한 게 오현규의 발을 스쳤다. 다시 이태석이 가운데로 밀어넣어 이강인이 잡았는데 회심의 왼발 슛이 골문을 벗어났다.
한국은 두 차례 공격을 통해 기선제압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남아공의 강한 압박에 패스 실수가 잦았다. 이전보다 전 선수의 퍼스트터치도 둔탁했다. 특히 스리백의 엔진 구실을 해야 하는 좌우 윙백 이태석과 설영우가 풀백 오브리 모디바와 쿨리소 무다우의 속도와 힘에도 밀려났다.

전반 19분 중원에서 패스가 끊긴 뒤 상대 타펠로 마세코에게 일대일 기회가 왔다. 골문 앞으로 단독 드리블한 뒤 김승규과 맞섰는데 뒤따른 이기혁이 천금 같은 태클로 슛을 저지했다. 1분 뒤엔 오스윈 아폴리스가 오른발 중거리 슛을 때렸다. 이번엔 김승규가 잡아냈다.
한국은 후방 빌드업이 원활하지 않자 이강인이 중앙으로 움직이며 공을 소유했다. 그러나 지속해서 남아공의 제어에 공격이 풀리지 않았다.
전반 30분 또다시 아찔한 상황과 마주했다. 탈렌테 음바타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때린 슛을 김승규가 쳐냈다. 공은 최전방 공격수 에비던스 막고파 앞에 떨어졌다. 리바운드 슛을 연결했는데 김승규 가슴에 안겼다. 한국으로서는 실점과 다름 없는 상황을 운 좋게 넘겼다.

4분 뒤에도 마세코가 후방 침투 패스 때 다시 일대일 기회를 잡았는데 왼발 중거리 슛이 골문 위로 떴다. 한국은 전반 내내 측면 뿐 아니라 황인범과 백승호, 두 중원 콤비의 경기 장악도 지난 2경기만 못했다.
결국 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대규모 변화를 선택했다. 황희찬, 백승호, 이태석을 불러들였다. 손흥민과 김진규, 옌스 카스트로프를 각각 투입했다.
하지만 효과는 뚜렷하지 않았다. 후반 5분 수비진의 헤더 클리어 실수로 다시 마세코에게 결정적인 슛을 허용했는데 카스트로프가 가까스로 블록 처리했다.
여전히 심란한 경기 운영 속에서 장내 멕시코 팬의 함성이 쩌렁대게 울렸다. 자연스럽게 경기 전부터 한국을 응원하던 멕시코 팬은 “꼬레아~”를 외치며 힘을 불어넣었다.
후반 15분 이강인의 침투 패스를 설영우가 오른쪽에서 크로스했다. 오현규가 헤더 슛으로 연결했는데 남아공 골키퍼에게 잡혔다. 1분 뒤 멕시코 관중은 체코를 상대로 자국 대표팀이 추가골을 넣자 더 큰 환호를 내질렀다.


멕시코가 한국을 돕고 있는 상황이 지속했는데, 좀처럼 경기력은 나아지지 않았다. 후반 18분 기어코 선제 실점했다. 남아공의 역습 때 단 두 번의 패스를 거쳐 ‘교체 자원’ 체팡 모레미가 왼쪽 측면을 파고들어 낮게 크로스했다. 이 공을 마세코가 잡아 카스트로프의 방어를 따돌리며 왼발로 골문 구석을 갈랐다. 앞서 결정적 기회를 놓친 그가 이번엔 결자해지 선제골을 해낸 것이다.
위기에 몰린 한국은 김민재 대신 박진섭, 오현규 대신 조규성이 연달아 그라운드를 밟으며 동점골 사냥에 애썼다. 그러나 남아공도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중원의 핵’ 테보호 모코에나의 대체자로 나선 스페펠로 시톨레가 포백을 영리하게 보호하며 조직적 수비로 맞섰다. 좀처럼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한국은 후반 41분 코너킥 때 흐른 공을 설영우가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했지만 골대 위를 벗어났다. 지속해서 상대 측면을 두드렸지만 열리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카스트로프의 크로스 때 박진섭이 공격에 가담해 시도한 회심의 헤더 슛마저 골키퍼 선방에 가로막혔다.
결국 참혹한 패배였다. 멕시코가 체코를 잡아준 덕분에 조 최하위 탈락으로 연결되지 않았으나 2위 자리를 남아공에 내주면서 ‘조 3위 와일드카드 여부’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