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이토록 영리하고 당돌한 ‘재벌집 막내딸’이 또 있었던가. 배우 이주명이 안방극장에 깊게 뿌리내린 재벌가 막내딸의 패러다임을 뒤집고 있다.

통상적으로 미디어 속 재벌집 막내딸은 안하무인 성격에 사치스럽고, 극의 갈등을 유발하는 ‘트러블 메이커’로 소비돼 왔다. 그러나 JTBC 토일드라마 ‘신입사원 강회장’ 속 강방글(이주명 분)은 결이 다르다. 누구보다 유능하고 주도적이며, 약자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안다.

‘신입사원 강회장’은 불의의 사고로 20대 청년 황준현(이준영 분)의 몸에 들어가게 된 최성그룹 강용호(손현주 분) 회장의 고군분투기를 그린다. 치열한 승계 전쟁의 한복판에서 강방글은 아버지를 밀어내려는 이복남매 강재경(전혜진 분), 강재성(진구 분)에 맞서 판을 흔드는 핵심 키플레이어로 맹활약 중이다.

어머니 조선희(윤유선 분)가 강 회장의 두 번째 부인이 되며 모진 견제를 받았던 강방글은 쫓겨나듯 떠났던 유학길에서 몰래 귀국해 최성물산 자재2팀 인턴으로 잠입했다. 정체를 철저히 숨긴 채 궂은일을 도맡으며 팀 내 에이스이자 비타민으로 자리 잡은 그의 싹싹함은 재벌 2세의 특권 의식과 거리가 멀다.

특히 전략기획실로 부서를 이동하며 본격적으로 승계 구도 전면에 나선 최근 방송분에선 이주명의 진가가 폭발했다. 강방글은 강재경, 강재성의 맹공 앞에서도 단단한 카리스마와 냉철한 판단력을 번뜩이며 반격을 주도했다. 구조조정의 칼바람 속에서 직원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는 인류애까지, 능력과 품격을 두루 갖춘 새로운 리더의 초상을 완벽하게 빚어냈다.

감정의 완급조절 역시 탁월하다. 이주명은 유쾌함과 묵직함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강방글의 서사에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아버지 강 회장을 향한 애틋함을 토해내는 장면에서는 짙은 페이소스를 뿜어냈고, 이복오빠 강재성을 쥐락펴락하며 회유하는 대목에서는 서늘하고도 결연한 얼굴을 내비쳤다. 미세한 눈빛의 떨림과 호흡만으로 설렘, 울분, 불안, 결심 등 다층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전교 1등 지승완으로 눈도장을 찍은 후, 영화 ‘파일럿’, JTBC ‘마이 유스’ 등 장르를 불문하고 차곡차곡 쌓아 올린 단단한 내공이 강방글이라는 맞춤옷을 입고 만개하고 있다.

독특한 영혼 체인지 설정에 오피스물의 디테일, 재벌가의 치열한 암투를 버무린 ‘신입사원 강회장’은 3.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출발해 8회 만에 11%로 수직 상승하며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준영, 손현주, 진구, 전혜진 등 내로라하는 연기 장인들이 뿜어내는 무서운 기세 속에서도 이주명은 결코 밀리지 않고 자신만의 찬란한 빛을 발산하고 있다. 반환점을 돈 ‘신입사원 강회장’에서 그가 앞으로 그려 나갈 통쾌한 반격의 서사에 이목이 집중된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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