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내향인이 이렇게 무리해도 되는 걸까. 연예계 소문난 ‘극 내향인’ 배우 엄태구가 제대로 무리했다. 영화 ‘와일드 씽’을 통해 생애 첫 래퍼 연기에 도전한 것이다.

엄태구가 폭풍 래퍼로 변신한 ‘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찾아온 재기의 기회를 잡기 위해 무모한 도전에 나서는 코미디 영화다.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연일 화제를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엄태구는 과묵한 내향인 이미지의 대명사다. 그런 엄태구가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끼를 부리고, 폭풍 랩을 하는 모습은 쉽게 상상되지 않았다.

“‘어떤 결심이었냐’고 물으신다면 그렇게 거창한 결심까지는 아니었고요. 그냥 대본이 너무 재밌었어요. 제가 안 했어도 재밌었을 대본이었죠. 감독님도 너무 좋았고, 현우 역에 강동원 선배가 캐스팅돼 있어서 함께 해보고 싶었어요.”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엄태구는 작품 출연 과정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실제로 캐스팅 소식이 알려졌을 당시 일각에서는 “협박당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그만큼 무대 위 엄태구의 모습이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저도 자신은 없었어요. 그런데 제 직업이 배우잖아요. 제 성격과 너무 다른 인물이니까 오히려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걸 잘 소화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더불어 그동안 누아르 장르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던 엄태구에게 정통 코미디는 또 다른 영역이었다.

“저는 공포만 빼고 다 좋아해요. 무서운 건 정말 못 보거든요. 코미디가 가장 어려운 장르라는 건 머리로는 알고 있었어요. 누군가를 웃긴다는 게 너무 어렵잖아요. 이번에 몸으로 부딪혀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더 어려워요.(웃음)”

무대 위 상구의 모습은 엄태구의 ‘피땀눈물’로 완성됐다. 실제로 엄태구는 캐스팅 이후 약 5개월 동안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랩 훈련을 받았다.

“랩도 안무도 선생님께 100% 의지했죠. 리듬 타는 법부터 발성까지 열심히 배웠어요. 그런데 랩 선생님들만의 제스처가 있더라고요. 나중에는 저도 모르게 따라 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하지만 랩과 안무는 배울 수 있어도 아이돌 특유의 ‘끼 부리기’는 또 다른 영역이었다. 앞서 박지현은 “엄태구가 앞에서 윙크를 100만번 하는데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슛’ 들어간 순간에는 ‘귀엽지 않으면 차라리 죽겠다’는 마음이었어요. 너무 공포스러웠죠.(웃음) 그냥 저질렀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귀여운 동작은 다 했던 것 같아요.”

동시에 대중이 바라보는 ‘내향인 엄태구’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저 그렇게 내향적이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엄태구는 실제로 다양한 면모를 가진 배우다. 이제는 하나의 캐릭터처럼 굳어진 내향인 이미지 뒤에도 또 다른 모습들이 존재한다.

“외향적인 부분도 당연히 있어요. 예전보다 덜 내향적이기도 하고요. 현장에서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요. 너무 완전히 내향적인 사람으로만 봐주시는 것 같기도 해요.”

실제 성격과 180도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일은 도전인 동시에 짜릿한 쾌감을 안겨준다. 그래서 엄태구는 ‘와일드 씽’을 한 단어로 ‘전력질주’라고 표현했다.

“‘와일드 씽’을 찍으면서 실제로 전력질주를 많이 했어요. 마음이 힘들었거든요. 스트레스를 받은 건 아니었는데, 전력질주를 하고 나면 숨이 차면서 기분이 환기되더라고요. 그래서 저에게 ‘와일드 씽’은 ‘전력질주’예요.”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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