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연상호 감독이 K좀비물의 또 다른 진화를 써냈다. 좀비 영화 최초 천만 관객을 기록한 ‘부산행’에 이어 이번 ‘군체’로 다시 한번 장르를 업그레이드했다.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가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빠르게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동시에 손익분기점까지 넘어서며 폭발적인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에서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연상호 감독의 주특기인 좀비물에 극한 상황 속 인간성에 대한 메시지를 녹여냈다.

“어제 딸과 함께 4DX로 ‘군체’를 다시 봤는데 영화가 끝난 뒤 관객들이 굉장히 시끌시끌하더라고요. 전작 ‘얼굴’은 다들 심오하게 보는 분위기였다면 이번엔 확실히 반응이 뜨거웠어요. 흔히 말하는 블록버스터의 에너지가 느껴졌죠.”

연상호 감독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군체’의 흥행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개봉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군체’는 개봉 10일째 손익분기점까지 넘어서며 쇼박스(만약에 우리→왕과 사는 남자→살목지)의 흥행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번 ‘군체’는 연상호 감독표 좀비물의 집약체라 할 만하다. ‘업데이트되는 감염자’라는 설정은 극한 상황 속 주인공은 물론, 관객들까지 한계로 몰아붙인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감염자들이 조여오는 압박감은 극도의 긴장과 공포를 만들어낸다.

“처음부터 좀비물을 만들 생각은 아니었어요. ‘지옥’을 함께 썼던 최규덕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AI 알고리즘에 대한 주제가 나왔죠. ‘집단성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됐고, 보편적 사고의 합이 만들어지는 순간 개별성은 굉장히 무력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걸 영화적으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출발하게 됐어요.”

좀비물로 이미 ‘천만 신화’를 썼던 연상호 감독은 자타공인 K좀비물의 대표 주자다. 하지만 ‘군체’의 출발점은 의외로 좀비가 아니었다. AI 시대와 집단성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던 중 자연스럽게 “이제 다시 좀비물을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더해졌다.

“사실 좀비물을 할 때 가장 부담이 컸던 건 ‘반도’였어요. ‘반도’ 이후 여러 작품을 하면서 시간이 흐른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또 좀비물?’이라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죠. ‘반도’는 ‘부산행’의 후속작이라는 점이 부담이었지만 ‘군체’는 완전히 독립된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연상호 감독의 좀비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인간성에 대한 질문이다.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이 서로를 어떻게 돕고, 또 어떻게 배신하는지에 대한 시선은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다.

“저도 항상 그 부분이 궁금해요. 흔히 말하는 휴머니즘이라는 것이 긍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함께 존재하죠. 지금도 그런 작업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 같아요. 차기작 ‘실낙원’ 역시 인간이 가진 어둠, 즉 심연이 얼마나 깊은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군체’는 영화 말미 열린 결말을 남기며 후속 이야기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키운다. ‘업데이트되는 감염자’라는 독창적인 설정만큼이나 아직 풀리지 않은 이야기들이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사실 ‘군체’ 이후 이야기는 이미 책 형태로 작업을 마쳐놓은 상태예요. 지금은 이미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죠. 그 책을 기반으로 게임도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영화를 오래 하다 보니 영화 안에서만 이야기가 머무는 게 조금 아쉽더라고요. 요즘 세대는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하잖아요. 한국 영화계에서는 그런 시도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군체’를 통해 새로운 확장을 시도해보고 싶어요. 후속작일 수도 있고, 스핀오프라고 볼 수도 있죠.”

sjay0928@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