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4시간 10분 혈투 끝 한화에 6-5 역전승
자멸한 한화 마운드, 사사구만 18개
1990년 이후 36년 만에 한 경기 최다 사사구 신기록

[스포츠서울 | 대전=김민규 기자] 이보다 더 허무할 수 있을까. 완벽에 가까웠던 선발 호투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한화가 스스로 무너졌다.
한화는 1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에서 5-6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초반 5-0까지 앞서며 승기를 잡았지만, 불펜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며 끝내 경기를 내줬다. 4연패다. 또 기록으로도 남을 ‘참사’다. 한화는 사사구만 18개를 기록했다. 36년 만에 한 경기 최다 사사구(기존 17개) 신기록.
출발은 완벽했다. 선발 문동주는 5이닝 6안타 5사사구 무실점, 6탈삼진으로 삼성 타선을 압도했다. 최고 시속 157㎞ 강속구에 변화구를 섞어 던지며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타선도 힘을 보탰다. 3회 페라자의 적시 2루타와 강백호의 적시타로 2점을 선취했고, 4회에는 연속 안타와 희생플라이로 4-0까지 달아났다. 6회에는 심우준의 발과 이원석의 적시타로 5-0. 사실상 승부가 기운 듯 보였다.
그러나 악몽은 불펜에서 시작됐다. 8회초부터 균열이 생겼다. 연속 볼넷으로 위기를 자초했고, 급히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김서현이 제구를 완전히 잃었다. 연속 밀어내기 볼넷과 폭투까지 겹치며 순식간에 5-4, 턱밑까지 쫓겼다.

9회는 더 충격적이었다. 다시 마운드에 오른 김서현은 안타와 볼넷, 몸에 맞는 공으로 스스로 만루를 만들었다. 결국 최형우와 이해승에게 연속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5-6 역전을 허용했다.
결정적인 순간, 승부는 배트가 아니라 ‘스트라이크 존 밖’에서 갈렸다. 결국 네모 안에 못 던진 팀이 졌다.
이날 한화 투수진은 무려 18개의 사사구를 쏟아냈다. 이는 KBO리그 한 경기 최다 사사구 신기록이다. 36년 만이다. 종전 1990년 LG가 기록한 한 경기 최다 사사구 기록(17개)을 넘어선 ‘불명예’였다. 특히 김서현 혼자 7개의 사사구를 기록하며 경기 흐름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문동주의 호투도, 타선의 집중력도 모두 의미를 잃었다. 스스로 만든 위기, 스스로 내준 경기였다. 반면 삼성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상대 실책성 플레이를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그리고 결국 뒤집었다.
한화로선 뼈아픈 패배다. 단순한 1패가 아니다.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그것도 완벽하게 잡았던 흐름을 스스로 놓쳤다. 야구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상대가 아니라 ‘무너진 제구’라는 사실을, 한화가 온몸으로 증명한 하루였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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