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또 물보라를 일으켜, 다다다다다다다다 다다다다다다다다.”
걸그룹 오마이걸의 히트곡 ‘Dolphin(돌핀)’의 청량한 도입부는 듣는 순간 기분을 산뜻하게 바꿔주는 묘한 힘이 있다. 꽉 막힌 도심 속에서 이 노래를 들으면, 그저 그런 일상이 한순간에 파도가 일렁이는 해변으로 변할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든다. 최근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며 “서울 도심에서 가장 합리적인 전기차의 실제 실력을 검증받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BYD의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Dolphin)’ 시승 요청을 받았을 때,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도 바로 이 곡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차의 스티어링 휠을 잡아봤지만, 중국산 전기차 앞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늘 공존했다. 파격적인 가격표는 매력적이지만,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의 입맛을 만족시킬 만한 품질과 성능을 갖췄을지는 늘 의문 부호가 붙었기 때문이다. 그 진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서울 중구 충무로 스포츠서울 본사를 출발해, 남산과 한강을 거쳐 다시 복귀하는 시승 코스에 올랐다. 과연 이 ‘가성비 돌고래’는 서울의 복잡한 도심을 얼마나 유연하게 헤엄쳐 다닐 수 있을까?
◇ 첫 만남, 그리고 도심의 ‘스트레스 없는 주행’



시승의 시작은 스포츠서울 본사가 있는 충무로의 좁고 복잡한 골목길이었다. 마주한 돌핀의 첫인상은 꽤 산뜻했다. BYD의 ‘해양 미학(Ocean Aesthetics)’ 디자인 언어가 적용된 이 차는 콤팩트한 차체(C-세그먼트 해치백)와 귀여우면서도 세련된 전후면 LED 램프로 도로 위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뽐냈다. 좁은 골목을 빠져나갈 때 돌핀의 진가는 곧바로 드러났다. 아담한 차체는 운전의 부담을 덜어줬고, 직관적인 어라운드 뷰 시스템은 비좁은 길을 통과할 때 무척 유용했다. 양옆으로 손 한 뼘 정도만 남는 좁은 틈도 쏙쏙 빠져나가는 기동성은 도심형 데일리카가 갖춰야 할 ‘스트레스 없는 주행’의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나를 가장 놀라게 한 대목은 가속력과 승차감이다.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 반응이 만들어내는 ‘직발감’이 훌륭했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도심 환경에서 기대 이상의 시원한 가속력을 발휘하며 충무로의 복잡한 교통 흐름을 가뿐히 따라잡았다. 최고 출력의 한계는 분명 존재하지만, 가성비를 고려하면 십분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여기에 2000만 원대 소형차에서 흔히 느껴지는 특유의 낭창거림이나 가벼운 덜컹거림도 전혀 없었다. 오히려 요철과 과속방지턱이 잦은 도심 도로에서 돌핀은 놀랍도록 부드럽고 차분하게 충격을 걸러내며 안락한 승차감을 선사했다. 평소엔 가볍고 날렵하게 거동하다가도, 노면이 거칠어지면 중형 세단에 버금가는 정제된 세련미를 뽐내 시종일관 감탄을 자아냈다.
◇ 반전의 남산 소월길 와인딩, 예상외의 탄탄함


남산 1호 터널을 지나, 본격적인 퍼포먼스와 핸들링을 검증하기 위해 남산소월길 업힐 구간으로 들어섰다. 굽이진 코너가 연속되는 이 구간은 돌핀의 거동을 확인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 소월길의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 보았다. 돌핀은 전기차답게 초반 가속력은 꽤 묵직했고, 이 정도 가파른 언덕도 전혀 힘 부치지 않고 시원하게 올라갔다.
굽이진 코너를 마주했을 때 전해지는 서스펜션의 감각은 예상외로 탄탄했다. 흔히 ‘중국차’ 하면 물렁할 것 같다는 편견이 앞서지만, 돌핀은 코너에서 제법 예리하게 차체를 잡아냈다. 앞서 도심에서 느꼈던 중형 세단급의 안락한 승차감과 하체의 탄탄함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남산 소월길의 와인딩 구간에서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거친 노면의 충격은 부드럽게 흡수하면서도 코너에서는 노면을 끈끈하게 움켜쥐고 버티는 맛이 쏠쏠해, 도심 속 가벼운 와인딩에서도 은근한 운전의 재미를 선사했다.
◇ 올림픽대로의 고속 정숙성과 ADAS의 한계




한남대교를 건너 올림픽대로에 진입해 고속 주행 성능을 확인해 봤다. 시속 80~100km 주행 중 실내는 예상보다 훨씬 정숙했다. 가성비 모델임에도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이 꽤 잘 차단돼, NVH(소음·진동 저감)에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역력했다.
주행 보조 시스템(ADAS)도 작동해 봤다. 차선 중앙을 유지하고 앞차와의 간격을 조절하는 솜씨가 제법 안정적이다. 다만 차들이 쉴 새 없이 끼어드는 복잡한 올림픽대로 환경에서는 다소 보수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복잡한 도심 고속화 도로에서는 운전자가 상황에 맞춰 직접 개입해야 하지만, 전반적인 장거리 주행 시에는 피로도를 확실히 줄여줄 만한 유용한 기능이다.
◇ 잠수교 총평: 합리적인 전기차의 표준이 될 것인가?



잠수교에 차를 세우고 시승을 갈무리하며 돌핀의 디자인과 실내를 찬찬히 둘러봤다. 앙증맞으면서도 세련된 외관 못지않게 실내 공간도 매력적이다. 자유자재로 가로세로 전환이 가능한 12.8인치 회전형 터치스크린은 직관적인 조작성을 자랑하는 BYD의 시그니처다. 대시보드는 곡선 위주로 섬세하게 디자인돼 다채로운 실내 소재와 어우러지며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아기자기한 센터 콘솔과 기어 셀렉터는 만지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품은 덕에 2열 공간 효율성도 탁월해 4인 가족의 패밀리카로도 손색이 없다.
시승을 통해 확인한 돌핀은 결코 ‘저렴한 가격’ 하나로 승부하는 차가 아니었다. 좁은 골목을 누비는 기동성, 탄탄하게 다져진 기본기, 여유로운 거주성에 더해 2000만 원대라고는 믿기 힘든 안락한 승차감이라는 강력한 무기까지 갖췄다. 충무로 본사로 향하는 귀굣길, 귓가에는 또다시 오마이걸의 ‘돌핀’이 맴돌았다. 운전석에서 내려 문을 닫는 순간까지 기분 좋은 경쾌함이 이어진다. 팍팍하고 지루한 도심의 일상에 시원한 ‘물보라’를 일으킬 이 앙증맞은 돌고래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 어떤 파동을 몰고 올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socool@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