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진업 기자]3건의 성범죄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인 번역가 황석희가 과거 김이나와의 방송에서 자신이 방송에 출연하지 않는 이유를 밝혔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21년 5월 방송된 카카오TV ‘톡이나 할까’에 출연한 황석희는 휴대전화 메시지로 대화를 주고 받는 형식으로 진행자인 작사가 김이나와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황석희와 마주 앉게 된 김이나는 “저는 여기저기 나오는데 번역가님은 신비주의라 방송 출연을 일정 안하신다고”라며 질문을 던졌다. 이에 황석희는 “의도치 않게”라며 그 이유를 이야기했다. 또 황석희는 “2016년 부터 토크 예능에선 거의 다 섭외 주셨고 뉴스나 광고도 종종”이라고 답하자 김이나는 “광고”라며 놀라워 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황석희는 “저는 귀가 팔랑팔랑 했는데 아내가 ‘그 돈 내가 벌어줄게’ 했다”면서 같은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아내를 “멋있다”고 자랑했다. 이어 아내를 “저보다 더 유능한 번역가”로 소개했다.

영상의 뒷부분에도 황석희는 “인지도가 높아지는 게 두렵다”며 “그래서 ‘톡이나’가 마지막 방송”이라며 첫 방송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이어 “방송을 안 하려는 이유는 인지도가 내 실력을 훨씬 웃돈다는 생각이 들고 내 번역가 수명을 갉아 먹을 것 같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에 비슷한 직업의 작사가인 김이나는 큰 한숨과 함께 공감까지 했고 “라디오에는 잘 나간다”는 황석희의 말에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별밤’ 섭외까지 하며 반겼다.

하지만 황석희는 이러한 소신 발언이 무색하게도 2022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전격 출연하며 얼굴을 더욱 널리 알리는 모순적인 행보를 보였다.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이 두렵다”며 방송 은퇴를 선언했던 1년 전의 다짐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이었다.

김이나와의 방송 당시 황석희가 피력했던 직업적 고뇌와 겸손함은 많은 시청자에게 깊은 신뢰를 심어주었다. 하지만 30일 보도를 통해 3건의 성범죄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그가 강조했던 “의도치 않게”라는 표현과 “인지도가 두렵다”는 고백은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오고 있다.

대중은 그가 방송과 광고 출연을 극도로 자제하며 고수해온 ‘번역가로서의 소신’과 ‘익명성에 대한 갈구’가 실제로는 자신의 과거 범죄 행적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한 자기 방어적 기제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유능한 아내의 든든한 내조를 방송 기피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일화는 당시에는 감동을 주는 부분이었겠으나, 성범죄 논란이 터진 현시점에서는 이러한 가정적인 모습마저 의혹을 덮기 위한 의도적인 포장이 아니었냐는 비판이 쏟아질 수 밖에 없다.

번역계에서 독보적인 신뢰를 구축해온 황석희의 이중적인 모습에 누리꾼들은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당시 방송에서 그의 직업적 고뇌에 깊이 공감하며 지지를 보냈던 진행자 김이나와의 대화는, 현재의 성범죄 의혹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더 큰 허탈감을 남기고 있다.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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