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마침내 터졌다. 침체된 극장가에 기다리던 ‘천만 영화’가 돌아왔다.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가 개봉 한 달 만에 누적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2024년 ‘범죄도시4’ 이후 2년 만의 천만 영화이자 한국 영화 역사상 서른네 번째 기록이다. 지난해 메가 히트작의 부재로 위기론이 제기됐던 극장가에 모처럼 들려온 반가운 소식이다.
‘왕사남’은 개봉 31일째인 지난 6일 오후 6시 32분 기준 누적 관객 수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4일 개봉한 뒤 꾸준히 관객을 모은 결과다. 초반 흥행의 불씨는 연휴가 지폈고, 이후 입소문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번 기록으로 ‘왕사남’은 사극 장르의 새로운 역사가 됐다. ‘왕의 남자’(2005)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명량’(2014)에 이어 역대 네 번째 사극 천만 영화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 영화에서 사극은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온 장르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와 강렬한 감정선이 만나 스크린 너머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왕사남’ 역시 그 계보를 이어받은 것이다.
흥행의 배경에는 폭넓은 관객층이 있다. 중장년층에게는 익숙한 역사적 소재와 정통 사극의 정서를, 젊은 관객에게는 배우 박지훈의 존재감이 새로운 관람 포인트로 작용했다. 여기에 유해진, 유지태, 전미도 등 호감도 높은 배우들이 중심을 잡으며 세대를 아우르는 영화가 완성됐다. 가족 단위 관람객이 늘고 N차 관람이 이어지며 흥행은 자연스럽게 장기 레이스로 이어졌다.

특히 영화가 담아낸 정서는 관객의 공감을 자극했다. 왕위에서 밀려난 어린 왕과 마을 사람들의 관계는 단순한 사극 서사를 넘어선다. 역사 속 비극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사람 사이의 정과 연대를 이야기한다. ‘우리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정서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물론 모든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개봉 초반에는 연출적 완성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다소 직관적인 연출과 어색한 호랑이 CG 장면이 아쉬움으로 언급됐다. 흥행이 가속화 될수록 일각에선 ‘천만 영화의 자격’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계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결국 관객의 재미”라며 “관객이 선택하고 즐겼다면 그것이 흥행의 이유”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흥행은 완성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선택이 만든 결과”라며 “관객이 사랑한 영화라면, 천만이라는 기록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이번 기록은 침체된 극장가에 상징적인 의미를 남겼다. 지난해 한국 영화계는 뚜렷한 메가 히트작 없이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극장 관람 문화의 변화와 제작 환경의 어려움이 겹치며 산업 전반의 위기감이 커졌다.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천만 영화는 관객이 여전히 극장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신호다.
‘왕과 사는 남자’가 다시 한번 증명한 것은 단순하다. 결국 스크린을 움직이는 힘은 관객의 마음이다. 사극이라는 장르의 힘, 그리고 입소문이 만든 흥행 릴레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 관심은 다음 기록으로 향한다. 천만 관객을 넘어선 ‘왕사남’이 어디까지 관객 수를 끌어올릴지 주목된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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