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포수까지 챙기는 박세웅
투수조 리더 역할 톡톡
돋보이는 박세웅 인성

[스포츠서울 | 타이난=박연준 기자] 철저한 개인주의가 미덕인 시대, ‘나’의 성취가 최우선인 프로의 세계에서 주변을 먼저 돌아보는 이는 드물다. 특히 자기 몸 상태를 최고조로 끌어올려야 하는 스프링캠프 기간에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롯데 ‘안경 에이스’ 박세웅(31)은 달랐다. 투구만큼이나 멋진 그의 ‘인성’이 타이난 캠프장을 훈훈하게 물들이고 있다.
과거 ‘무쇠팔’ 고(故) 최동원은 화려한 성적 뒤에서 묵묵히 고생하는 훈련 보조원과 불펜 포수들을 누구보다 아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거인의 정신이 박세웅을 통해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최근 박세웅은 투수진 동료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고생하는 불펜 포수들과 훈련 보조 요원들에게 고마움을 담아 근사한 식사를 대접하자는 것. 본인 훈련만으로도 벅찬 캠프 중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이들의 노고를 먼저 살핀 셈이다.

타이난 현장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난 박세웅은 쑥스러운 듯 “예전 선배님들부터 내려온 전통이기도 하고, 먼 타국까지 와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동생들이 고마워서 제안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큰 급여를 받는 친구들도 아닌데 선수들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며 지쳐있을 시기다. 작은 기쁨이라도 주고 싶었는데, 투수 동료들이 흔쾌히 따라줘서 고마울 뿐”이라며 공을 돌렸다.
품격은 ‘야구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묻어난다. 그는 매 훈련이 끝난 뒤 휴식 시간까지 반납하며 데이터 분석에 매달린다. 매 투구 내용을 복기하는 모습은 흡사 시험을 마친 뒤 오답 노트를 정리하는 수험생과 같다. 그는 “잘된 부분은 길게 가져가고, 안 된 부분은 빨리 잊으려 한다. 다만 잊더라도 그 과정에서 내게 남는 공부는 있어야 하기에 매일 복기를 거르지 않는다”고 전했다.

새로 합류한 ‘아시아쿼터’ 교야마 마사야 등 낯선 환경에 놓인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가 적응을 돕는 것도 그의 몫이다. “한국 야구가 처음인 선수들에겐 모든 게 낯설 것이다. 우리가 먼저 다가가는 게 예의고, 그래야 팀이 하나로 뭉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력으로 팀을 이끄는 ‘에이스’를 넘어, 보이지 않는 곳의 조력자들까지 챙기는 ‘리더’의 모습. 마운드 위에서 강인함과 마운드 아래에서 따뜻함을 두루 갖춘 그다. 이 행보에서 최동원의 향기가 느껴진다. 진정한 에이스의 품격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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