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가평=원성윤 기자] 미카의 ‘롤리팝’(2007)이 나왔을 때, 대중들은 열광했다. 그토록 찾던 새로운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프레디 머큐리의 환생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미국 출신 아버지와 레바논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독특한 음악 세계가 이런 출생 배경에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푸조가 8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를 접했을 때 미카의 음악이 떠올랐다. 미카의 감성을 빼다 박았다 싶은 생각에서다. 내연기관의 감성에 전기차의 효율성을 적절히 섞은 보기 드문 수작이다.

지난 8일 잠실에서 가평까지 시승했다. 총 100㎞ 구간이다. 시동을 걸고 난 뒤 첫 출발부터 푸조 특유의 ‘그르렁’ 거리는 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경쾌한 엔진 소음은 이내 잦아들었다. 바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덕분이었다. 전기모터가 회생제동으로 얻는 회전 에너지를 적극 활용했다. 사실 이때 줄어드는 가속력이 이질감을 자아내는 경우가 많다. ‘3008 하이브리드’는 이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 차가 가진 장점 중 하나다.
도심을 벗어나자 푸조 특유의 주행 성능이 여과없이 나타났다. 서울-춘천간 고속도로에 올라가자 매끄럽게 질주했다. 특히 전기 모드 주행이 남달랐다. 브레이크 해제만으로 전기 모드 저속 주행이 가능한 ‘e-크리핑’, 정차 후 재출발 시 전기 모터만으로 가속하는 ‘e-론치’, 정체 구간에서 전기모터만으로 저속 이동이 가능한 ‘e-큐잉’, 주차 시 1~2단 기어에서 전기 모터로 세밀한 조작이 가능한 ‘e-파킹’ 등이 능수능란하게 나왔다.


최고 145마력이다. 4490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대를 고려하면 나쁘지 않다.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 합산 시 136ps, 15.6kW의 출력과 23.5kg·m, 5.2kg·m의 최대 토크가 나온다. 복합연비 14.6km/l로 이날 시승에선 12km/l 안팎을 기록했다.
새로운 엠블럼이 눈에 띈다. 바디 컬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그라데이션 그릴, 사자 발톱 형상의 주간주행등으로 이어지는 경계까지 매끈하다. 시안성 좋은 디스플레이도 눈길을 끈다. 플로팅 형태의 ‘21인치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없이도 운전에 지장이 없다. 운전자 중심의 각도로 설계돼 주행 시 시각적 몰입도를 높인다.
푸조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이유가 있다. ‘3008 하이브리드’는 유럽 출시 6개월 만에 10만 대 이상 계약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2008년 글로벌 데뷔 이후 대표 SUV로 자리 잡은 3008은 2016년 2세대 모델(P84) 기준 누적 140만 대 이상 판매됐다. 국내에서도 2010년 디젤 모델 출시 이래 푸조 전체 누적 판매의 약 27%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모델로 활약해왔다. 수입 C-SUV 세그먼트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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