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황철훈기자] 호국보훈의 달 6월, 호국의 염원이 서려 있는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떠나보자. 한국관광공사가 이달 가볼 만한 여행지의 테마를 ‘산성 여행’으로 정했다. 선조들의 숭고한 숨결과 역사적 가치를 되새겨볼 수 있는 전국의 산성 여행지 5곳을 소개한다.

◇ 하늘과 산과 숲 사이로 난 요새, 광주 남한산성

남한산성은 북한산성과 함께 한양을 지키는 2대 산성이다. 산봉우리를 중심으로 능선을 따라 쌓아, 방어에 유리한 요새다. 병자호란 당시 인조가 이곳으로 피신해 47일을 버티다 항복한다.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과 황동혁 감독의 영화 ‘남한산성’을 보고 찾으면 그날의 비통함이 절절히 느껴진다.

남한산성은 201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부속 시설을 포함한 성벽 둘레가 약 12.4㎞, 탐방로는 5개 코스로 나뉜다. 산성로터리에서 출발해 북문-서문-수어장대(보물)-영춘정-남문을 지나 회귀하는 1코스가 인기다. 약 3.8㎞로 1시간 20분쯤 걸린다. 제일 긴 5코스는 동서남북 성문을 두루 돌아볼 수 있다. 약 7.7㎞, 3시간 20분 거리다. 가장 짧은 2코스는 약 2.8㎞, 1시간 정도 걸린다. 그윽한 숲이 매혹한다. 북문과 수어장대-영춘정 구간이 보수공사 중이나, 산성을 돌아보기에 큰 불편은 없다.

산성을 탐방한 뒤에는 남한산성 행궁(사적)에 들러보자. 광주 도예의 중심 경기도자박물관, 숨은 자연 공간 경안천습지생태공원도 6월에 거닐 만하다.

◇호서 지방을 지켜준 요새, 청주 상당산성

청주 상당산성은 대규모 포곡식 석축 산성으로 호서 지방을 지켜준 소중한 보루이자 요새다. 산성에 오르면 상당산의 수려한 산세와 더불어 청주 일대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상당산성을 한 바퀴 둘러보는 ‘산성 일주 코스’는 약 4㎞정도다. 저수지에서 출발해 남문을 지나 서남암문과 서문, 동북암문, 동문, 동장대를 거쳐 다시 저수지로 내려오는 원점 회귀 코스다. 상당산 능선 성곽을 따라 걷는 동안 성문 3개와 암문 2개, 치성과 수구 3곳을 둘러볼 수 있다. 상당산성 일주의 백미는 정상부에 해당하는 남문-서문 성곽이 아닐까? 이 구간을 걷는 동안 눈에 들어오는 주변 풍광이 일품이다. 상당산성이 과거 이 지역에서 어떤 무게와 의미를 차지하는지 저절로 알 수 있다.

상당산성 인근 명소도 들러보자. 청주에서 가장 큰 저수지를 품은 명암유원지를 비롯해 수암골벽화마을, 건축가 고 김수근이 설계한 국립청주박물관이 상당산성 지척에 자리하고 있다.

◇파란만장한 역사를 품은 부여 가림성

성흥산성으로 알려진 부여 가림성은 성흥산(286m) 정상부에 쌓은 석성이다. 둘레는 약 1500m, 성곽 높이는 3~4m에 이른다. 성안에서 우물 터, 군창으로 추정되는 건물 터, 초석과 남문 터 등이 확인됐다. 현재까지 이어진 꾸준한 발굴 조사를 통해 백제부터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유물을 발견했다. 가림성은 501년(동성왕 23)에 위사좌평 백가가 쌓았다고 전해진다.

백제 때 성곽 가운데 유일하게 축성 연대를 알 수 있는 유적이다. 가벼운 트레킹으로 성곽을 둘러보면서 백제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떠올리기 좋다. 또한 가림성은 ‘사랑나무’라 불리는 가림성 느티나무(천연기념물)로 유명하다. 사랑나무는 드라마 단골 촬영지이자 SNS 사진 명소로 여기서 바라보는 조망 또한 일품이다.

성흥산 남쪽 품에 안긴 대조사는 ‘석조미륵보살입상(보물)’이 유명하다. 높이 10m에 이르는 거구로,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국보)과 쌍벽을 이룬다.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백제역사유적지구로 등재됐다. 관북리 유적(사적)은 드넓은 공터처럼 느껴지는데, 사비 시대 왕궁 터로 추정한다. 신동엽문학관에서는 저항시인 신동엽의 육필 원고와 편지, 유품 등을 볼 수 있다.

◇가까이 두고 걷기 좋은 길, 부산 금정산성

부산 금정산은 무려 100여 개의 진입로가 있을 정도로 언제든 가볍게 오르기 좋은 산이다. 정상에 오르면 산꼭대기에서 동남쪽.서남쪽 능선과 계곡을 따라 축성된 금정산성(사적)을 마주할 수 있다. 둘레 1만 8845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그만큼 코스도 다양하다.

현지 해설사가 추천하는 코스는 동문에서 출발해 3망루와 4망루로 이어지는 길이다. 완만한 숲길부터 가파른 암벽까지 다채롭게 어우러져 걷는 맛이 빼어나다. 조금 편하게 즐기려면 금강공원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된다. 상부정류장에서 남문까지 완만한 흙길이라 아이와 걷기도 적당하다. 등산에 자신있다면 최고봉인 고당봉에 자리한 금샘에 올라보자. 웬만해선 물이 마르지 않는 신비로움 샘이다.

금정산성마을에선 흑염소·오리불고기와 막걸리 한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 500년 전 방식으로 빚은 막걸리가 일품이다.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범어사는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과 삼층석탑이 볼거리다. 초여름에는 범어사 입구 계곡과 등나무 군락(천연기념물)이 시원한 휴식처다. 금정산성과 인접한 동래온천에는 노천족욕탕이 있어 걷기의 피로를 풀기에 제격이다.

◇돌에 새겨진 생명의 역사, 익산 미륵산성

익산 미륵산성은 둘레 약 1776m 규모의 포곡식 석성이다. 미륵산 정상부와 북쪽 봉우리를 포함해 동쪽 계곡을 에워싸는 형상으로 익산 지역 11개 성곽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북쪽으로 낭산산성(전북기념물), 동쪽으로 용화산성과 선인봉산성, 남쪽으로 익산 토성(사적)과 금마도토성(전북기념물)이 미륵산성을 겹겹이 둘러싼 형태다.

미륵산성은 고도가 가장 높아 모든 성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정문 격인 동문지로 들어가면 산성이 좌우로 두 팔 벌려 서 있다. 동문지에서 미륵산(430m) 정상에 닿는 길은 세 갈래. 정상에 이르면 화강암 채석장이 눈에 띄는데, 돌을 노잣돈처럼 품은 익산의 속살과 마주한다. 돌이 전하는 무수한 이야기가 미륵산과 미륵산성에 남아 있다.

산성 인근에 자리한 구룡마을 대나무숲도 볼거리다. 한강 이남 대나무 최대 군락지다. 이 밖에도 국보인 익산 미륵사지 석탑을 비롯해 국립익산박물관, 왕궁리 유적, 백제왕궁박물관 등 백제 문화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명소가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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