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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역시 ‘그래미의 벽’은 높았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꿈에 그리던 ‘그래미’ 수상이 불발되며 미국 3대 대중음악상 ‘그랜드 슬램’ 달성엔 실패했지만, 첫 단독 퍼포먼스 무대에 서며 의미있는 성과를 남겼다.
방탄소년단은 4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개최된 ‘제64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서 ‘버터(Butter)’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후보에 올랐으나 아쉽게도 수상엔 실패했다. ‘꿈의 무대’인 그래미의 물꼬를 2년 동안 트지 못한 아쉬움도 남았지만 K팝을 넘어 팝의 본고장인 미국 본토에서 확고한 영향력과 흥행 파워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는 그래미 팝 장르 분야의 상이다. 제너럴 필즈(올해의 앨범·올해의 레코드·올해의 노래·신인상)는 아니지만 중요도가 높은 부문으로 여겨진다. 올해 글로벌 히트곡 ‘버터’로 수상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수상의 영광은 도자 캣과 SZA의 ‘키스 미 모어’(Kiss Me More)에게 돌아갔다. 방탄소년단은 발표 직후 멤버들끼리 하이파이브를 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방탄소년단의 ‘그래미 어워즈’ 후보 지명은 이번이 두 번째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제63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다이너마이트’로 한국 가수 최초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올랐다. 당시 아쉽게 고배를 마셨지만, 백인 가수 위주로 돌아가는 그래미 시상식의 거대한 장벽에 균열을 냈다는 평을 얻었다.
방탄소년단에게 ‘그래미 어워즈’는 늘 마지막 남은 목표로 여겨졌다. 미국의 주요 3대 음악 시상식에서 유일하게 ‘그래미 어워즈’에서만 수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시상식 전 진행한 레드카펫 인터뷰에서 “그래미를 수상한다면 지난 2년간 매우 지치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상받는 성과가 될 것”이라며 “그래미상은 음악 산업계 동료들의 투표로 주어지는 상이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며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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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역시 ‘그래미의 벽’은 높았다. 방탄소년단은 그래미에 2019년 시상자로 처음 초청된 후 2020년에는 합동공연 출연자, 지난해에는 후보로 지명되며 단계적인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다이너마이트’에 이어 ‘버터’까지 두 곡 모두 그래미가 후보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수상을 못 한다고 해도 의미가 작지 않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수상 불발은 아쉽지만,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후보에 올랐다는 자체가 방탄소년단이 전세계적인 뮤지션 반열에 올랐다는걸 보여준다”고 봤다.
댄스 그룹이나 아시아 아티스트에 박한 ‘그래미’ 특유의 보수성에 대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강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의 수상 실패에 시상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수상 여부와는 별개로 전세계 음악 팬들이 체감하고 있는 음악의 지형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 지명을 넘어 수상까지 이어지진 못했지만 가장 권위 있고 콧대 높기로 유명한 그래미에서 2년 연속 후보로 이름을 올린 것은 자체로도 의미있는 ‘균열의 시작’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비영어권 가수로서 대중적 히트곡을 탄생시킨 것 역시 의미 있게 평가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에 이어 지난해 5월 발표한 ‘버터’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버터’는 빌보드 메인차트인 ‘핫 100’에 10주간 1위에 오르며 같은 해 최장 1위를 기록했다. 또 ‘2021 빌보드 뮤직 어워즈’ 4관왕과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에서 대상 격인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Artist of the Year)’ 등 3관왕을 수상하는 빛나는 성과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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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버터’ 외에도 코로나19 시대 희망을 노래해 묵직한 울림을 전한 ‘퍼미션 투 댄스’(Permisson To Dance), 밴드 콜드플레이와의 협업곡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로도 ‘핫 100’ 정상을 밟았다.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방탄소년단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희망한다는 것 역시 이제 방탄소년단이 K팝을 넘어 팝의 본고장인 미국 본토에서 명실상부한 ‘흥행 보증 수표’가 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시상식에서 단독 퍼포머로도 나서며 이제 보수적인 그래미도 외면할 수 없는 세계적인 팝스타가 됐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이들은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명장면을 재현해 ‘버터’의 공연을 펼쳐 객석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이날 ‘그래미’ 최고의 핫스타임을 입증해보였다.
한편 그래미시상식 참석을 마친 방탄소년단은 다시 글로벌 팬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오는 8~9일과 15~1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Allegiant Stadium)에서 콘서트 ‘방탄소년단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라스 베이거스’(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S VEGAS)를 열고 전 세계 아미(방탄소년단 팬)를 만난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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