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고양=김용일 기자] 3시간 20분 사투 끝에 프로 데뷔 첫 우승을 거둔 ‘베테랑’ 임경진(45·하이원리조트)은 외조를 아끼지 않은 남편을 언급하며 웃었다.
그는 1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9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 LPBA 결승전 정수빈(NH농협카드)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4-3(11-10 11-9 10-11 7-11 11-5 5-11 9-4)으로 이긴 뒤 “남편은 쿠션을 치는 (당구) 동호인이다. 매 투어 실수한 부분, 멘탈 등에 대해 객관적으로 얘기해준다”며 “과거 (경기에서) 져도 ‘잘 했다, 좀 더 열심히하면 된다’고 말해주고, 맛있는 거 사줬다. 이번엔 내가 크게 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7월6일 열린 2020~2021시즌 개막투어(SK렌터카 챔피언십) 때 LPBA에 데뷔한 임경진은 2036일(5년6개월26일)만에 프로 첫 챔피언 타이틀을 품었다. 앞서 두 번 결승 무대를 밟았지만 김세연, 김가영에게 모두 세트스코어 3-4로 아쉽게 물러난 적이 있다. 이번엔 반대로 20대 돌풍의 ‘라이징 스타’ 정수빈을 파이널 세트 끝에 제압했다. LPBA 16번째 챔피언.
대학 전공을 살려 과거 웹디자이너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 10년간 근무한 임경진은 취미로 당구를 접했다가 2009년 서울당구연맹 소속으로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했다. 이후 결혼과 더불어 출산 후유증 등으로 잠시 큐를 내려놨는데 2017년 선수로 복귀, 2019년 국토정중앙배 3쿠션을 제패하며 아마 무대에서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듬해 LPBA에 입성하며 프로로 전환했다. 초반 프로만의 독특한 환경과 룰에 적응하는 시간이 따랐지만 가족의 배려 속에 훈련에 전념했다. 마침내 병오년 새해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다음은 임경진과 일문일답
- 우승 소감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회 전날부터 목이 부었다. 감기가 심하게 걸렸다. 병원에서 약을 급하게 처방받았다.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었다. 다행히 라운드마다 행운이 따라 결승까지 온 것 같다. 결승전을 앞두고 정신이 번쩍 들더라. ‘내가 언제 여기 와 있었지?’라고. 전날 약 먹고 쉬면서 몸을 풀었다. 우승하면 온 세상을 가진 것 같고, 행복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무덤덤하다. 앞으로 더 꾸준히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오구 파울을 범할 뻔했는데. (5세트 3이닝 1-1 상황)
눈이 뻑뻑했다. (눈을) 감았다 떴다가 했다. 상대 공을 못 본 상황이었다. 각을 열심히 재고 엎드렸다. 초를 보다 보니 (정수빈의) 흰 공이 앞에 있더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타임 아웃을 썼다. 실수하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그게 고비였고 전환점이 된 것 같다. 오구 파울을 했다면 더 힘들어지지 않았을까.
- 육아를 병행하며 당구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데.
남편과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많은 응원을 해주신다. 특히 남편은 쿠션을 치는 동호인이다. 재미를 안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뿌듯해한다. (아이는) 지금 (초등학교) 4학년이다. 아들 1명이다. (엄마가) 당구 선수라는 걸 안다. ‘엄마 안 보고 싶냐’고 했더니 아들이 ‘결승 나갔으면 경기해야지, 괜찮다’고 하더라. (남편은 당구를 얼마나 치나?) 35점 놓고 친다. 남편과 치진 않는다.(웃음) 다만 매 투어마다 공에 대한 세세한 코치는 하지 않으나 전반적인 상황이나 실수한 부분, 멘탈 등에 대해 객관적으로 얘기해준다.
- 웹디자이너 생활을 하다가 당구를 시작한 걸로 아는데.
20대 시절 동호인에서 취미로 하다가 입문했다. 남편도 그곳에서 만났다. 내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선수로) 넌 할 수 있다’고 하더라. 2016년까지는 웹디자이너로 일하며 당구를 병행했다.
- 이번 대회에서 상대 전적에서 밀린 선수를 연달아 제압했는데.
*8강에서 만난) 스롱 피아비와 (4강에서 겨룬) 김보미를 이길 때 운도 따랐지만 이기면서 나 자신에 대해 답답하게 가둔 걸 깨는 계기가 된 것 같다.
- 앞으로 목표는.
(내달) 제주에서 열리는 월드 챔피언십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더 나아가 꾸준히 성적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 우승을 하는 것도 기쁘지만 기복이 심하지 않은 선수가 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즌은 만족하나? 준우승도 하고 8강도 2회했는데) 개인 투어는 생각보다 성적이 나서 좋은데, 팀리그는 첫 시즌 제대로 못해서 아쉽다. 그 부분에 대해 고민한다.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또 이마리 선배 등 나보다 연배가 있는 선배 선수에게 희망을 얻고 있다. 그 나이에 꾸준히 결승도 가고 우승하는 게 대단하다. 존경한다. 나 역시 후배에게 그런 선배가 됐으면 한다.
- 훈련은 어떻게 하나.
낮시간대에 잠시 나갔다 오거나, 남편이 야근이 없고 이르게 퇴근하는 날 늦게까지 친다. 주말엔 어머님과 아버님이 (아들을) 봐주신다. 그때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친다.
- 앞서 두 번 결승을 포함해 모두 풀세트 승부를 벌였는데.
아직 실력이 모자란 게 있다. (오늘) 중간에 텐션이 다운되는 걸 느꼈다. 그 부분이 힘들더라. 상대성도 있다. 내가 볼 때 정수빈이 현재 대세다. 감각도 좋다. 까다로운 상대다. 그래서 더 피곤했던 것 같다.
- 우승 상금은?
아껴야 한다.(웃음) 우선 아버님과 어머님 용돈을 드리고 싶다. 남편도 우승해서 용돈달라더라. 과거 (경기에서) 져도 ‘잘 했다, 좀 더 열심히하면 된다’고 말해주고 맛있는 거 사줬는데, 이번엔 내가 크게 사야 한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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