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무대 위에 선 로제뿐이 아니었다. 객석에 있는 모든 가수들이 흥에 겨워 춤을 췄다. 카메라가 객석을 비출 때 입모양은 ‘아파트’였다. 엔터테인먼트의 심장부인 ‘그래미 어워즈’에서 한국의 술자리 게임 구호가 울려퍼졌다. 가장 한국적인 놀이 문화가 팝의 본고장을 관통한 순간이다.
로제는 2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제68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아파트(APT.)’ 무대를 꾸몄다. K팝 아티스트가 그래미 무대에 퍼포머로 선 것은 방탄소년단 이후 두 번째다.
로제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와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 등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으나,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다. 기대를 모은 ‘올해의 노래’는 빌리 아일리시, ‘올해의 레코드’는 켄드릭 라마와 시저가 받았다.
워낙 상에 인색한 그래미 어워즈란 측면에서 노미네이트와 퍼포머로 나선 것만으로도 의미가 충분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로제가 퍼포머로 나섰다는 건 의미가 크다. 그래미 어워즈는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80여 개 부문을 시상한다. 그 가운데 본방송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노래할 수 있는 ‘퍼포머’는 단 15~20개 팀 안팎에 불과하다. 수백 명의 후보들이 객석에 앉아 박수를 치는 ‘초대받은 손님’이라면, 퍼포머는 쇼의 흐름을 주도하고 전 세계 시청률을 견인하는 ‘시상식의 주인공’이다.
이는 그래미가 로제를 올해의 음악 산업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인정했다는 뜻이다. 방탄소년단조차 이 자리에 서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렸던 어려운 미션을 로제는 솔로 아티스트로서 당당히 뚫어냈다.
흰색 슬리브리스 톱에 검은 넥타이를 착용한 로제는 노래가 시작함과 동시에 온 몸을 흔들었다. 영광의 순간을 제대로 즐기고자 하는 강렬한 몸부림이 엿보였다. 브루노 마스와 함께 마치 친구들과 술게임을 즐기듯 자유분방하고 유쾌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엄숙하고 권위적인 그래미의 분위기를 단숨에 흥으로 뒤바꿔 놓았다.
‘아파트’는 발매 직후부터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곡이다. 한국의 술자리 문화라는 지극히 로컬(Local)한 소재를 세련된 팝 사운드에 결합한 이 노래는 이른바 ‘B급 감성’의 유쾌한 반란으로 평가받았다. 거부할 수 없는 중독성으로 전 세계를 흔들었다.

로제의 그래미 입성은 달라진 위상을 설명한다. 과거 K팝이 소수의 열광적인 팬덤이 향유하는 ‘서브컬처’로 취급받았다면, 이제는 그래미조차 무시할 수 없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주류 팝’으로 자리 잡았다는 걸 말한다. 비록 수상의 문턱은 넘지 못했지만, 전 세계가 따라 부른 ‘아파트’의 떼창은 그 어떤 트로피보다 빛났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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