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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쟁점은 사라졌다. 정치권에서 벌어진 이른바 ‘추-윤 갈등’을 연상케하는 쪽으로 논점을 흐트리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상벌위)가 결론 도출을 하루 미뤘다. 키움이 제기한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 확보’ 때문이다.
KBO는 22일 오후 상벌위를 개최해 이택근이 제기한 히어로즈 구단에 관한 징계요청서를 심의했다. 이택근은 변호사 두 명을 대동하고 직접 참석했고, 구단측에서는 김치현 단장, 고문 변호사가 참석했다. 이날 징계위 관건은 히어로즈 허민 이사회의장의 ‘야구 놀이’와 구단의 팬 사찰에 관한 진위 규명이었다. 그러나 구단측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 확보를 화두로 꺼내들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해 결론 도출을 하루 미뤘다. KBO는 이날 오후 6시께 상벌위를 마친 뒤 ‘구단에서 소명 기회를 요청해 23일까지 소명서를 제출받기로 했다. KBO는 내용을 추가로 확인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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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지난해 6월 허 의장이 고양 히어로즈 구장에서 선수들을 상대로 라이브 피칭을 한 것이다. 구단주도, 대표이사도 아닌 이사회 의장이 자신의 지위와 신분을 이용해 프로야구 선수를 상대로 구위를 점검하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했다. 마침 이 장면을 한 팬이 촬영해 언론사에 제보했고, 허 의장의 ‘야구놀이’가 세상에 알려졌다. 구단은 영상 촬영자를 알아내기 위해 CCTV를 들여다봤고, 영상을 촬영한 각도 등을 근거로 한 팬을 특정했다. 이택근에게 해당 팬이 언론사에 제보했는지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지시를 했다. 이택근은 이 과정이 프로야구단에서 자행돼도 문제가 없는 것인지 KBO에서 판단해달라며 구단을 징계해달라고 요청했다.
구단이 즉각 반박자료를 내 “일반인 출입 금지 지역에서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보여 보안 점검 차원에서 CCTV를 확인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당일 이택근이 제보한 녹취파일에서 구단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었다는 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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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단장은 이날 상벌위에 참석해 구단 입장을 전달한 뒤 “지난 18일 KBO에 상벌위 회부 여부를 확인했을 때에는 ‘심의를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니 언론에 얘기하지 말아달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상벌위 하루 전에 개최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 됐다. 상벌위 참석 공문도 없었기 때문에 절차를 얘기했더니 부랴부랴 이메일로 공문을 보내왔더라”고 강조했다. 절차적 정당성이 담보되지 않았으니 구단으로선 충분한 소명 자료를 준비할 시간을 빼앗겼다는 주장이다.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물론 자신이 몸담았던 구단을 은퇴 뒤 징계해달라고 요청한 이택근의 행위도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히어로즈 구단 경영진의 비리는 이전부터 꽤 자주, 광범위하게 드러났다. 선수 현금판매를 비롯해 실형을 선고받은 횡령, 배임 등 각종 금전사고가 있을 때에도 이택근은 침묵했다. ‘오죽하면 그랬겠느냐’고 항변할 수 있지만,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은 것에 앙심을 품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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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히어로즈 구단의 태도는 명백히 잘못됐다. 특히 사건을 촉발한 허 의장이 구단을 ‘제 멋대로 갖고 노는 장난감’ 취급한 것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전임 손혁 감독 선임과 해임 과정 역시 정상적으로 야구단을 운영하는 팀의 모습이 아니다. 이런 모든 만행이 세상에 알려져 메인 스폰서로 나선 키움증권에도 커다란 이미지 손실을 야기했다. 야구놀이를 비롯한 허 의장의 행동은 히어로즈의 선수단과 팬을 기만했고, 나아가서 모든 야구인들에게 모멸감과 수치심을 안겨줬다.
시시비비를 떠나 실질적인 구단 최고 책임자인 허 의장은 야구인들과 팬 앞에 나와 자신의 조심성 없는 행동으로 인한 파장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먼저 하는 게 도리다. 그의 사과가 담보되지 않는 이상, 구단과 이택근의 진실공방은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 뿐이다. 하루도 바람잘 날 없이 히어로즈에서 터져나오는 잡음은 팬들의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히어로즈가 더이상은 야구계의 수치로 남지 않길 바란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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