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넘어지는 줄 알고 식겁, 무조건 버텨야 한다는 생각.”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8년 만에 3000m 계주 정상을 탈환하는 데 최대 위기의 순간은 네덜란드가 미끄러졌을 때다. 이 순간을 지혜롭게 극복한 ‘캡틴’ 최민정(성남시청)은 이렇게 말하며 비로소 미소지었다.

최민정~김길리(이상 성남시청)~노도희(화성시청)~심석희(서울특별시청)가 출전한 여자 대표팀은 1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4분04초014를 기록, 개최국 이탈리아(4분04초107), 캐나다(4분04초314)를 제치고 우승했다.

한국 여자 계주는 1994년 릴레함메르부터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4회 연속 우승 행진을 이어갔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선 석연찮은 판정으로 실격했으나 2014년 소치와 2018년 평창 대회에서 다시 2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다가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서 네덜란드에 밀려 은메달을 획득했는데 밀라노에서 다시 정상을 탈환했다.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은 이번 대회 쇼트트랙에서 한국이 따낸 첫 번째 금메달이다.

한국은 24바퀴를 남겨두고 노도희가 캐나다와 초반 충돌을 이겨냈다. 이후 3위로 줄곧 달렸는데 16바퀴를 남겨두고 2위를 달리던 네덜란드가 넘어지며 최민정을 덮칠 뻔했으나 노련하게 피했다. 그리고 4바퀴를 남겨두고 심석희~최민정 구간이 다시 힘을 내며 캐나다를 제치고 2위로 도약한 데 이어 마지막 2바퀴 때 김길리가 특유의 속도를 살린 인코스 공략으로 이탈리아를 따돌리고 선두로 거듭났다. 그대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우승 직후 최민정은 중계방송사 ‘JTBC’와 인터뷰에서 “팀원이 잘해줬다. 서로를 믿어줘 좋은 결과가 나왔다. 행복하다”고 웃었다. 네덜란드와 충돌 상황을 피한 것엔 “넘어지는 줄 알고 식겁했는데 무조건 버텨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역전의 방점을 찍은 김길리는 “솔직히 기억도 안난다. 앞만 보고 달렸다. 언니들이 든든하게 버텨준 덕분에 나도 힘내서 탈 수 있었다. 꿈같다. 언니들과 금메달을 따 기쁘다”고 웃었다.

역전의 디딤돌을 놓은 심석희는 “경기 중 뿐 아니라 동계올림픽 준비하는 데 힘든 상황이 많았다. 서로 잘 버티면서 똘똘 뭉치고 믿으며 해온 게 느껴져서 좋았다. 지금 이 자리까지 함께 있어준 동료에게 고맙다”고 했다. 노도희는 “팀원에게 감사할 뿐”이라며 공을 동료에게 돌렸다. ‘맏언니’ 이소연은 “믿기지 않는다. 동생들이 잘해줘서 고맙다. 고맙다는 말밖에 할 게 없다”고 감격해했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