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프로보(미 유타주)=김용일 기자]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이 나란히 멀티골을 꽂아넣은 축구대표팀 ‘홍명보호’가 고지대 훈련 기간 첫 실전이자 월드컵 최종 모의고사 1차전에서 트리니다드토바고를 완파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31일(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프로보에 있는 브리검영대(BYU)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대비 평가전에서 5-0 대승했다.
월드컵 본선을 겨냥해 1년 가까이 스리백 전술을 실험해온 홍 감독은 지난 3월 유럽 원정 평가전(코트디부아르·오스트리아)에서 약점을 노출하며 모두 패한 적이 있다. 그러나 월드컵 최종 명단 ‘깜짝 발탁’ 주인공인 이기혁을 내세워 한결 유연해진 전술 색채를 뽐냈다. 여기에 전반기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 무득점에 그쳐 우려를 산 손흥민이 멀티골로 부활, ‘일석이조’로 웃었다.
트리니다드토바고가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02위로 한국(25위)보다 77계단이나 아래에 있지만 고지대에서 치른 첫 실전 경기, 주력 선수가 합류한지 얼마 안돼 1.5군을 투입한 것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성과다.
한국은 월드컵 조별리그 1,2차전(체코·멕시코전)을 치르는 ‘해발 1571m 고지대’ 멕시코 과달라하라 아크론 스타디움의 환경을 대비해 솔트레이크시티(해발 1460m)에서 담금질하고 있다. BYU 사우스필드는 해발 1390m다.

홍 감독은 손흥민을 원톱에 두고 옌스 카스트로프를 처음으로 왼쪽 윙백으로 실험했다. 스리백도 K리그1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강원FC의 주역 이기혁을 두고 조유민, 이한범 조합을 내세웠다. 지난 19일 선발대로 사전 캠프지에 입성한 K리거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소속 선수가 예상대로 주력이 돼 선발진에 이름을 올렸다.
포백을 들고 나온 트리니다드토바코를 상대로 한국은 예상대로 경기를 주도했다.
가장 눈에 든 건 스리백 형태 변화. 지난 유럽 원정까지 전통적인 플랫한 스리백을 구사한 홍 감독은 이날 왼쪽 윙백 카스트로프를 윙어처럼 전진시키고, 왼쪽 스토퍼 이기혁을 측면으로 크게 벌려 빠른 빌드업과 전환 패스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이기혁은 안정적인 빌드업과 양질의 킥으로 전술의 유연성을 더했다. 이기혁이 전진하면 중앙 미드필더 백승호와 김진규가 뒷공간을 커버했다.
한국은 전반 7분 손흥민이 오른발 프리킥으로 예열했다. 1분 뒤엔 오른쪽 윙백 김문환이 오버래핑해 날카로운 크로스를 시도, 상대 자책골을 끌어낼 뻔했다.
한국은 배준호, 옌스, 이기혁의 왼쪽 라인이 지속해서 활기를 보였다. 상대가 공을 잡았을 때 빠른 템포의 압박, 협력 수비를 펼쳤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전·후반 22분 각각 3분간 선수 수분 보충 시간)를 시행한 뒤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윙어 단테 실리의 돌파를 앞세워 반격했다.
하지만 한국도 흔들림 없었다. 전반 31분 이기혁이 손흥민에게 전진 패스했다. 그가 이동경에게 연결했고 김문환이 이어받아 크로스했다. 백승호가 골문 앞에서 예리한 헤더 슛을 시도했는데 상대 골키퍼 자바리 브라이스 선방에 막혔다. 1분 뒤엔 다시 손흥민이 위협적인 오른발 슛을 때리며 트리니다드토바고를 위협했다.
공세를 펼친 한국은 전반 33분 조유민이 무리하게 드리블하다가 공을 내줬다. 트리니다드토바고가 역습을 시도, 단테가 뒷공간을 패스를 받아 골키퍼 조현우와 맞섰다. 실점 위기였는데 빠르게 따라붙은 이한범이 환상적인 태클로 슛을 저지했다.

위기 뒤 기회였다. 기어코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전반 40분 김진규가 오른쪽 뒷공간을 파고든 김진규에게 롱패스를 연결했다. 그가 파고들어 낮게 크로스했다. 손흥민이 달려들며 마무리했다. 월드컵 소집 전까지 MLS에서 득점이 없던 그는 부활 날갯짓하며 득점포를 가동했다.
선제골을 넣은 한국은 3분 뒤 추가골에 성공했다. 배준호가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을 파고들다가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손흥민이 키커로 나섰고 강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A매치 55~56호 골을 몰아넣은 그는 한국인 이 부문 최다 득점 1위(58골)인 대선배 차범근의 기록에 2골 차로 다가섰다.

두 골 앞선 채 후반을 맞이한 한국은 김진규 대신 이재성, 조현우 대신 김승규 등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그런데 후반 9분 조유민이 상대와 볼 경합 중 부상을 입었다. 부상을 입어 의무진에 도움을 얻어 그라운드를 떠났다. 박진섭이 투입됐다.
잠시 가라앉은 분위기에도 한국은 후반 10분 카스트로프의 오른발 슛을 브라이스 골키퍼가 쳐내자 손흥민이 달려들어 리바운드 슛으로 연결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브라이스 골키퍼가 선방했다. 해트트릭을 놓친 손흥민은 아쉬워했다.
그는 1분 뒤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공 잡은 뒤 특유의 헛다리 드리블 이후 트레이드 마크인 왼발 감아차기 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골대 왼쪽 때렸다. 장내를 메운 한국 교민은 탄식했다.
후반 14분 한국은 다시 부상자가 발생했다. 배준호가 상대 미드필더 몰리크 칸의 비신사적인 태클에 쓰러졌다. 카스트로프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홍 감독은 배준호를 비롯해 손흥민 백승호 등을 불러들인 뒤 김민재와 황희찬, 엄지성, 설영우, 황인범을 나란히 투입하는 등 뒤늦게 사전 캠프지인 솔트레이크시티에 합류한 유럽파를 투입했다.

효과는 즉각적으로 발휘됐다. 후반 20분 이동경이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왼발 아웃사이드로 크로스했다. 이 공을 조규성이 장기인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8분 뒤엔 엄지성이 문전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황희찬이 키커로 나서 골문 가운데를 가르는 강한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KO펀치였다.
트리니다드토바고 수비진은 집중력을 잃었다. 한국은 후반 32분 상대 수비 실책을 틈 타 설영우가 골문 오른쪽에서 가운데로 연결했고 조규성이 오른발로 마무리, 멀티골을 해내며 5골 차 대승을 견인했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