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로젠택배 노동자들이 14일 서울 용산구 소재 로젠택배 본사 앞에서 ‘로젠택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권오철 기자

[스포츠서울 권오철 기자] 로젠택배 노동자들이 회사의 ‘불법적 다단계 고용’ ‘지점의 권리금 착취’ ‘낙후된 시설’ 등 총체적 부실 운영과 본사의 방관적 태도를 규탄하고 나섰다.

‘택배노동자 기본권 쟁취 투쟁본부’ 소속 로젠택배 노동자들은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청파로 소재 로젠택배 본사 앞에서 회사의 부실 운영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동자들은 “로젠택배에 불법 다단계 고용구조가 만연하다”면서 “로젠택배 본사-지점-영업소-취급소로 이어지는 3단계 하도급 고용구조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상 직접운송 의무제를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택배사(로젠택배)와 택배 노동자의 화물 운송계약이 이 같은 다단계 구조로 중개·대리되는 과정에서 아래 단계로 내려갈수록 택배 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수수료가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다단계 구조 하에서 계약서도 없이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일하는 경우가 다수다”면서 “지점이 물류터미널 택배 물량에 대한 하차비용과 입고 분실·파손 물건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물류터미널에서는 크게 3가지 작업이 이뤄진다. 택배 물량을 대형 트럭에서 터미널에 내리는 ‘하차’ 작업, 이 물량을 세부 지역별로 나누는 ‘분류’ 작업, 다시 택배 노동자들의 트럭에 싣는 ‘상차’ 작업이다. 최근 전국택배노동조합 등 택배 노동자들은 분류 작업에 대한 무임금 노동이 부당하다며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을 통한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1
14일 택배 노동자들이 로젠택배 본사 측과 면담을 요구하며 본사 관계자들과 대치를 이루고 있다. 사진 | 권오철 기자

그런데 로젠택배에서는 무임금 분류작업은 물론, 상·하차 작업에 대해 노동자들이 5~10만원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한다. 택배 노동자들이 부담한 비용으로 알바생을 고용하거나 부족하면 노동자들이 직접 하차 작업에 나선다는 것.

아울러 노동자들은 “지점과 본사의 계약과정에서 기존 지점과 신규 지점 간 수억원대 불법적 권리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공식적 계약상의 금액 외에 권리금이란 명목으로 지점 거래가 이뤄지면 그 피해는 택배 노동자들에게 전가된다”고 주장했다. 권리금을 낸 지점이 영업소·취급소(택배 노동자들)와 계약에서 보증금이란 명목으로 추가 금액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노동자들은 지점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 △자동레일 없이 수동레일로 분류하는 등 낙후된 시설 △배수 시설이 안 되고 가림막이 없어 우천 시 물바다가 돼 고객의 물건이 손상되는 열악한 환경 △터미널 내 안전시설 및 휴게 공간 미비 등을 지적했다.

울산지역 로젠택배에서 20년을 일해왔다는 한 택배 노동자는 “그동안 2번의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명절까지 부려먹은 뒤 이후부터 나오지 말라는 일방적 통보를 받았는데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본사를 찾아가 “우리는 직원으로서 면담을 요청한다”고 말했으나 본사 관계자는 “(여러분은) 같이 일하는 가족이라는 표현은 쓸 수 있겠지만 직원은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입구 밖에서 넓은 회의실이 보였으나 입장이 허락되지 않았다.

“가족이라며 우리를 안 만나주고 문전박대하냐”는 노동자 측의 비판이 이어지자 본사 측은 결국 내부 회의실을 개방하고 면담을 진행했다. 노동자들은 “본사가 이 같은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며 본사의 적극개입을 요청했다.

본사 관계자는 면담에서 계약해지와 관련해 “지점과 본사의 관계에 대해 관여를 못한다”면서도 부당해고 통보를 받은 노동자들의 이름을 받아썼다. 또한 그는 지점이 상·하차비의 노동자 부과에 대해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했으며, 낙후된 시설과 관련해 “공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이외의 공식적인 입장을 묻는 본지의 질문엔 “(답을 줄 수 있는)임원들이 외부 일정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konplash@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