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홀 그린 우승세레머니 이원준
이원준이 30일 경남 양산에 위치한 에이원CC에서 열린 KPGA 선수권대회 최종라운드 첫 번째 연장에서 버디 퍼트에 성공하자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 | KPGA

[양산=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재기의 사나이’ 이원준(호주·34)이 생애 첫 우승을 따냈다. 5타 차 여유있던 리드를 모두 잃었지만 연장 첫 번째 승부 만에 짜릿한 우승 버디 퍼트를 홀컵에 떨어뜨렸다.

이원준은 30일 경남 양산에 위치한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0·6934야드)에서 막을 내린 코리안투어 최고 권위 대회인 제 62회 KPGA 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원, 우승상금 2억원) 최종라운드에서 1타를 잃어 최종합계 15언더파 265타로 ‘역전의 명수’ 서형석(22·신한금융그룹)에게 공동 선두 자리를 허용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우승 문턱에서 좌절한 경험도 많고 어차피 우승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욕심을 내려놓고 내 플레이에 집중할 것”이라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던 이원준이다.

이원준
KPGA 선수권대회 최종라운드를 앞두고 챔피언조로 경기를 치른 이원준(왼쪽)이 이태훈 서형석(오른쪽)과 1번홀 티박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KPGA

그럴만 했다. 아마추어 시절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최고 기대주로 각광받았던 이원준은 프로 전향 후 단 한 번도 우승을 따내지 못했다. 미국 프로골프(PGA) 2부 투어에서 뛰다가 오른 손목 연골이 닳아 선수생명이 끝날뻔 한 위기도 겪었고 일본투어 데뷔 이후 허리 디스크 증세로 또 한 번 골프채를 놓을 위기에 빠졌다. 우여곡절 끝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KPGA 선수권대회에 출전했고 첫 날부터 3라운드까지 압도적인 기량으로 생애 첫 우승을 정조준했다.

그러나 우승 부담은 거구(190㎝ 96㎏)의 발목을 잡았다. 전반 5번홀(파4)에서 티 샷이 우측으로 밀려 네 번만에 볼을 그린에 올렸고 보기퍼트도 놓쳐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3라운드까지 16언더파로 2위 그룹에 5타 차 여유있게 앞서던 순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8번(파4), 9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 잃은 타 수를 만회했지만 후반에도 좀처럼 치고 나가지 못했다. 그 사이 챔피언조에서 함께 라운드를 한 서형석이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낚으며 1타 차까지 따라 붙었다.

18번홀 물에 잠긴볼 이원준
공동 선두를 허용한 뒤 18번 홀 티 샷이 워터 해저드에 빠진 것을 확인하고 있는 이원준. 사진제공 | KPGA

운명의 장난이 시작된 곳은 16번홀(파4). 1타 차 불안한 선두를 달리고 있던 이원준이 홀까지 10.5m 남겨두고 버디 퍼트를 했는데 홀 경계선에 볼이 멈춰섰다. 허탈한 미소로 한동안 볼이 떨어지지 않을까 지켜보던 이원준은 17번홀(파3)에서도 1.7m 가량 남겨둔 파 퍼트를 넣지 못해 보기를 적었다.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해 파 행진을 이어가던 서형석에게 공동 선두 자리를 내준 순간이었다.

18번홀에선 우드 티샷이 우측으로 밀려 해저드에 빠졌다. 그러나 이원준은 대회를 앞두고 치른 프로암에서도 똑같은 실수를 한 덕(?)에 해저드에 빠진 공을 그린 부근으로 쳐냈다. 세 번만에 그린 뒤에 올린 공이 홀컵 1.9m 앞에 멈췄고, 파 세이브를 만들어냈다. 이원준이 파 퍼트를 하기 직전, 5.3m짜리 우승 버디 퍼트를 시도한 서형석의 볼이 컵을 지나가버렸다. 지옥 문앞까지 갔다 기사회생 한 순간이었다.

와이프와 우승트로피 이원준
생애 첫 우승을 따낸 이원준이 아내 이유진씨와 함께 우승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KPGA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펼쳐진 연장 승부에서는 마음을 비운 이원준의 기세가 아쉬움을 곱씹은 ‘역전의 명수’를 눌렀다. 티 샷을 페어웨이에 잘 보낸 이원준은 128m 가량 남기고 한 세컨드 샷이 핀을 살짝 지나 2.8m 뒤에 넘췄다. 서형석도 133m 앞에서 한 세컨드 샷이 핀 3.2m 앞에 멈춰서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퍼터 전쟁으로 이어졌다. 오르막 퍼트를 한 서형석의 볼은 컵 왼쪽으로 살짝 흘렀고, 파로 마무리했다. 신중하게 퍼팅라인을 살핀 이원준은 우승 확정 퍼트가 컵에 빨려 들어가자 주먹을 불끈 쥐며 나흘동안 고생한 캐디와 가장 먼저 포옹을 나눴다.

선수생명이 끝날 뻔한 위기도 겪었고, 드라이버 입스로 마음고생도 한 ‘아마 최강 출신’ 거포의 생애 첫 우승은 이렇게 극적으로 찾아왔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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