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톤 빌라 홈구장 빌라 파크 한쪽 스탠드의 모습. 한 쪽 스탠드 전체에 피치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장애인석이 마련되어 있다.)

[런던=스포츠서울 이성모 객원기자] 지난 시즌, 충격속에 2부 리그로 강등 당하며 축구팬들의 아쉬움을 샀던 아스톤 빌라.(22라운드 현재 2부 리그 13위.)

그들은 1992년에 EPL이 출범한 이후로는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1888년 출범된 세계 최초의 축구 리그인 '풋볼리그' 창설을 주도한 클럽이다. 또, 19세기 잉글랜드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클럽 중 하나이자 잉글랜드 1부 리그 총 7회 우승을 기록한 '명문'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클럽이다.

지난 가을, 바로 그 클럽에서 잠시 근무한 한국인을 취재하기 위해 찾아간 아스톤 빌라의 홈구장 빌라 파크에서 아주 인상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 쪽 스탠드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는 장애인 서포터용 좌석과 그 구조였다.

(아스톤 빌라의 장애인 서포터용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구단 직원과 반대편에서 바라본 모습. 좌석 사이에 아주 넓은 공간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언뜻 보면, 한 쪽 스탠드 전체를 채우고 있는 그 많은 숫자에 놀랄법한 빌라 파크의 장애인 서포터용 좌석은 가까이서보니 또 다른 특징이 있었다. 웸블리 스타디움 등 다른 잉글랜드 내 다른 구장에서 볼 수 있는 장애인 서포터 좌석에 비해서 각 좌석간의 넓이가 상당히 넓다는 점이었다.

이에 대해 이날 현장을 찾은 기자에게 빌라 파크 시설을 안내해준 아스톤 빌라의 직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아스톤 빌라는 경기장을 찾아오는 몸이 불편한 팬들이 누구보다 경기를 잘 볼 수 있도록 가장 앞쪽에 좌석을 배치하고 또 그숫자도 부족함이 없도록 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장애인 서포터용 좌석 사이에 공간이 넓은 것은 의자(사진 속에 보이는)에 앉아서 경기를 관람하는 장애인 서포터 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옆에서 나란히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아스톤 빌라가 장애인 서포터들을 배려하는 가운데 사용하고 있는 홈구장 빌라 파크는 지금으로부터 119년 전인 1897년 완공된 구장이며 그 후로 현재까지 줄곧 아스톤 빌라가 사용하고 있다. 수용인원은 약 4만 2천 명. 지어진지 100년이 넘는 경기장에서, 4만 명이 넘는 팬들을 수용하면서도 이렇듯 세심하게 장애인 서포터들을 배려하는 모습에서 그야말로 '명문'의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

(빌라 파크 전경)

아스톤 빌라가 약 120년간 사용한 홈구장 빌라 파크에서 인상적인 것이 장애인 서포터용 좌석 뿐인 것은 물론 아니었다. 빌라 파크는 물론 중간에 보수과정을 거쳤겠지만, 어떻게봐도 120년의 역사를 가진 구장이라고 믿기 어려울만큼 정갈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빌라 파크에서 찾아볼 수 있는 풋볼리그 창설자 윌리엄 맥그레고의 흔적들)

또한 빌라 파크 곳곳에서, 아스톤 빌라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1888년 풋볼리그 창설의 기반을 닦은 인물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당시 아스톤 빌라의 단장이자, 풋볼리그 창설자인 윌리엄 맥그레고다.

맥그레고는 이미 FA컵이 진행되고 있던 잉글랜드에서 한 번 탈락하면 새 해를 기다려야만 하는 토너먼트 대회가 아닌,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리그를 도입하자는 생각을 실행에 옮겨, 직접 당시 잉글랜드에 존재했던 12개 클럽의 대표를 초청해 결국 1888년에 세계 최초의 축구리그인 '풋볼리그'를 완성해낸 인물이다.

아스톤 빌라의 단장인 맥그레고가 주도적으로 출범한 풋볼리그에서, 아스톤 빌라는 19세기(1888년~1899년) 잉글랜드 클럽들 중 최다 1부 리그 우승(5회)의 기염을 토하게 된다. 여러가지 면에서, 잉글랜드 축구 역사 초기의 아스톤 빌라가 얼마나 막강한 팀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그런 아스톤 빌라가 119년째 사용하고 있는 홈구장 빌라 파크는, 그 위대했던 역사와, 잉글랜드의 어떤 다른 클럽보다도 장애인 서포터들을 배려하는 모습으로 지나간 영광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었다.

* 2부에서 이어집니다. 

런던=스포츠서울 이성모 객원기자 london2015@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