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닦은 쇼트트랙 ‘원팀’의 반격 시작
‘캡틴’ 최민정의 리더십, 하나로 묶었다
남녀 개인전과 계주에서 ‘金’ 정조준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혼성계주는 끝났다. 충돌은 피할 수 없었고, 결선 진출은 좌절됐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았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처럼 쇼트트랙 태극전사들이 다시 각오를 다지며 출발선에 선다.
한국은 10일(이상 한국시간)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첫 금메달을 노렸다. 쇼트트랙 2000m 혼성계주다. 준결승에서 미국과 충돌하는 불운이 닥쳤다. 3위로 마쳤다. 결승 진출 실패.
라커룸에선 눈물이 터졌다. 특히 충돌 당사자였던 김길리(22·성남시청)는 죄책감에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11일 공식 훈련을 소화한 뒤 만난 그는 “어드밴스를 간절히 바랐는데, (김)민정 코치님이 뛰어가는 걸 보고 ‘안됐구나’ 느껴서 너무 속상해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그때 중심을 잡은 건 남녀 쇼트트랙 통합 ‘캡틴’ 최민정(28·성남시청)이었다. 올림픽 메달 5개(금3·은2)를 지닌 베테랑은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후배들을 다독였다.
김길리는 “내가 라커룸에서 울고 있으니, 언니와 오빠들이 ‘다섯 종목 중 이제 한 종목 끝난 것뿐이다. 빨리 잊고 다음 경기 준비하자’고 위로해줬다”고 말했다.
대표팀 막내 임종언(19·고양시청)도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최)민정 누나가 ‘혼성계주 때는 항상 잘 안 풀렸어도 우리는 막판에 다 잘했다. 이제 첫 경기니까 잘 떨쳐내고 다시 잘해보자’고 다독여줬다. 황대헌 형도 호응해줬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 누구도, 누구를 탓하지 않았다. 피할 수 없었던 ‘불운의 사고’였다. 그리고 이미 지나간 경기다. 임종언은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 누구도 탓할 수도 없다. 다음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원팀’을 상징하는 장면이 있다. 미국 선수와 충돌 순간, 김길리는 넘어진 자신보다 먼저 최민정을 찾았다. 그는 “넘어졌다고 인지한 순간부터 (최)민정 언니밖에 안 보였다. 빨리 터치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개인의 아픔보다 팀을 먼저 생각한 터치와 라커룸에서 이어진 위로, 눈물은 흘렸지만 원망은 없다. 김길리는 미국의 코린 스토다드를 탓하지 않았다. 그는 “쇼트트랙은 변수가 많은 경기다. 나도 한두 번겪은 게 아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익숙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이번 대회 금메달 3개 이상을 목표로 한다. 여자 500m, 1500m, 남자 1000m와 1500m, 그리고 남녀 계주까지. 특히 여자 500m는 1994년 이후 금맥이 끊긴 종목이다. 최민정은 1500m 3연패에 도전하고, 김길리는 첫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노린다. 남자 대표팀은 황대헌이 중심을 잡고, 신예 임종언이 폭발적인 스피드를 더한다.
팀이 더 단단해졌다. 혼성계주 좌절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주장이 중심을 잡았고, 막내가 다시 웃었고, 형·누나들이 어깨를 두드렸다. 이제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금빛 반격’이 시작된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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