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멈춰 섰던 뉴진스(NewJeans)의 시계가 다시 돌아갈 조짐이다. 소속사 어도어와 평행선을 달리던 멤버 민지의 복귀가 가시화되면서, 다니엘을 제외한 4인 체제(민지, 하니, 해린, 혜인) 가동이 임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어도어는 공식 SNS를 통해 민지의 생일을 축하하며 그가 구운 쿠키 사진을 올렸다. 6개월 넘게 이어진 기나긴 ‘줄다리기’에 마침표가 찍히고 있음을 알리는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속단하긴 이르다. 훈풍이 감지됐을 뿐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 있고, 이들을 바라보는 여론은 차갑기만 하다.

◇명분 잃은 혁명가들, 무책임한 ‘골든타임’ 낭비

2024년 11월, 전속계약 해지를 주장하며 독자 행보를 선언했을 때만 해도 멤버들은 ‘불합리한 시스템에 맞서는 피해자 혹은 혁명가’의 프레임을 썼다. 하지만 법원이 소속사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들의 명분은 힘을 잃었다. 하니, 해린, 혜인이 차례로 고개를 숙이고 복귀한 가운데, 다니엘은 431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소송의 덫에 걸려 팀을 이탈했다.

3인이 복귀의 뜻을 전한 가운데 민지는 기나긴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어도어 이탈 과정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만큼 복귀를 결정하는 고뇌의 무게는 짐작할 만하다. 하지만 그 고민이 무려 반년이나 이어지는 사이, 뉴진스의 2막은 밑그림조차 그릴 수 없었다.

K팝 시장에서 1년 6개월의 공백, 그리고 2년 가까운 신곡의 부재는 치명적이다. 하루가 다르게 트렌드가 변하고 대체재가 쏟아지는 시장에서, 리더의 기나긴 주저함은 자칫 대중과 팬덤을 향한 ‘무책임’으로 비칠 위험이 크다.

◇3인조와 4인조의 차이, 붕괴 막은 ‘심리적 마지노선’

어도어가 민지의 합류에 공을 들인 이유는 명확하다. 3인조와 4인조는 뉴진스의 생명력 유지에 있어 하늘과 땅 차이다. 뉴진스 신드롬의 본질은 다섯 소녀가 빚어내는 무해하고 자연스러운 ‘또래 집단의 서사’에 있었다.

원년 멤버의 절반에 가까운 2명이 빠진 ‘3인조’는 사실상 유닛이나 다름없다. 보컬과 비주얼 밸런스가 무너지며 뉴진스 고유의 색채가 치명적으로 훼손된다.

반면 민지가 포함된 ‘4인조’는 대중이 뉴진스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민지의 복귀는 뉴진스라는 브랜드의 완전한 붕괴를 막아낸 최소한의 방어선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공식 계정의 생일 축하는 팀의 존폐를 엿볼 수 있는 유의미한 메시지다.

◇감성 걷어낸 하이브의 시험대, 성패는 ‘음악’

이제 공은 하이브의 시스템으로 넘어갔다. 하이브는 ‘뉴진스’라는 슈퍼 IP가 특정 창작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거대 자본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결합한 시스템의 성과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최근 하니, 해린, 혜인이 덴마크 코펜하겐의 유명 스튜디오에서 포착된 것은 이 거대한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되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대중의 피로도는 극에 달해 있다. 동정론은 식었고, 시장의 시선은 냉정하다. 어설픈 세계관이나 감정적인 호소, 팬덤을 향한 쿠키 조공만으로는 돌아선 마음을 돌릴 수 없다. 아슬아슬한 4인 체제가 생명력을 연장할 유일한 돌파구는, 과거의 향수를 완벽히 대체하고 대중을 사로잡을 ‘압도적인 음악적 완성도’뿐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뉴진스의 브랜드 파워는 여전하지만, 지난한 소송전이 남긴 피로감 역시 무시할 수 없다”며 “결국 대중을 납득시킬 무기는 음악이다. 복귀 후에도 엉뚱한 자존심 싸움을 벌이거나 음악적 퀄리티가 기대에 못 미친다면, 이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마저 날아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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