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도쿄=함상범 기자] 스포트라이트가 켜지는 순간, 도쿄돔을 가득 메운 5만 명의 함성은 지진과도 같은 진동으로 변했다. 에스파(aespa)는 땅이 울리는 함성을 뚫고 어둠을 가르며 나타났다. 특유의 ‘쇠 맛’을 시각화한 사이버펑크 무드와 걸크러시가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붉은 화염이 스크린을 삼키고 기계음이 고막을 때리는 가운데, 이들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아마겟돈(Armageddon)’으로 도쿄의 밤을 열었다.

에스파가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일본 도쿄돔에서 ‘2026 aespa LIVE TOUR - SYNK : aeXIS LINE - in JAPAN [SPECIAL EDITION DOME TOUR]’를 개최했다. 이번 공연은 양일간 총 9만 4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아시아 투어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 ‘쇠 맛’에 입혀진 원숙함…도쿄돔 뚫는 압도적 라이브

데뷔 7년 차 에스파의 무대는 원숙했다. 찰나의 흔들림 없이 모든 순간이 유기적으로 맞물렸다. 광활한 돔 안에서도 멤버들의 목소리는 정확하게 귓가에 꽂혔다. 일렉트로닉 멜로디에 맞춘 칼군무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보컬은 이들이 왜 4세대 걸그룹의 ‘중심축’인지를 실력으로 증명했다.

‘쇠 맛’ 퍼포먼스에 한층 짙어진 여성적 매력이 공존했다. 가상 세계 ‘광야’에서 출발한 에스파는 이제 현실의 ‘마이(MY, 팬덤명)’와 눈을 맞추고 교감하는 완성형 아티스트로 우뚝 섰다. 투어 테마인 ‘aeXIS LINE’(중심축)처럼, 무대 위에서 당당하고 주체적인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완벽히 구현해냈다.

◇ 유닛 무대로 증명한 색깔…풍성한 세트리스트

공연은 메가 히트곡 ‘슈퍼노바(Supernova)’ ‘위플래쉬(Whiplash)’ ‘넥스트 레벨(Next Level)’을 비롯해 현지에서 큰 사랑을 받은 ‘인 할로(In Halo)’ ‘줌 줌(ZOOM ZOOM)’ 등 24곡으로 촘촘히 채워졌다.

멤버들의 개성이 극대화된 유닛 무대는 특별했다. 카리나와 윈터는 중독성 있는 EDM 댄스곡 ‘세레나데(Serenade)’로 당당한 삶의 태도를 드러냈고, 지젤과 닝닝은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한 R&B 곡 ‘롤리팝(Lollipop)’으로 몽환적이고 위트 있는 감성을 뽐냈다.

윈터는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스페셜 에디션을 노래하며, 저희도 행복했다”고 했고, 지젤은 “이 노래를 도쿄돔에서 부르게 돼 영광”이라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 누군가의 동경이 된 아이콘… 국경 넘은 연대

에스파의 멋은 곧 일본 팬들의 짙은 동경이었다. 아오모리현에서 온 팬 케이나(26) 씨는 “지젤의 언어적 능력과 노력하는 모습을 존경한다”고 했고, 동생 유나(24) 씨는 “공연을 보고 나면 나도 에스파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동기부여를 받는다”며 감동을 전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니코(27) 씨와 도쿄 거주자 시미즈(25) 씨 역시 “퍼포먼스에 압도당했다”고 입을 모았다. 에스파는 단순한 아이돌을 넘어, 닮고 싶고 존경받는 ‘동경의 대상’이자 삶의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라이브 마이 라이프(Live My Life)’를 끝으로 무대에 선 에스파는 2시간 30분 동안 자신들을 지탱해 준 팬들을 향해 뭉클한 진심을 전했다. 윈터는 “큰 공연장을 밝게 빛내준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했고 닝닝은 “여러분이 보내주신 그 사랑이 아깝지 않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에스파가 되겠다. 도쿄돔의 꽉찬 자리 덕분에 너무 행복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도쿄돔의 푸른 물결 속에서 쉼 없이 질주한 에스파는 오는 5월 29일 발매되는 정규 2집 ‘레모네이드(LEMONADE)’와 함께 또 다른 월드 투어를 준비한다. 전 세계 25회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이번 도쿄돔의 전율은 K팝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기에 충분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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