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밀턴 케인즈=김용일 기자] 골대만 세 번을 때리는 불운이 따랐지만 할 말 없는 대패다. 힘과 속도, 개인전술까지 모두 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9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밀턴 케인즈의 스타디움 MK에서 끝난 코트디부아르와 A매치 평가전에서 0-4로 대패했다.

이 경기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에서 겨룰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을 대비한 리허설이었다. 빅리거가 즐비한 코트디부아르가 남아공보다 강한 전력을 지닌 만큼 홍명보호의 경쟁력을 엿볼 장이었다.

홍 감독은 3-4-2-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튀르키예 쉬페르리그 진출 이후 5골을 터뜨리며 쾌조의 골 감각을 뽐내는 오현규(베식타스)를 원톱에 뒀다. 황희찬(울버햄턴)과 배준호(스토크시티)를 좌우 측면에 배치한 가운데 허리는 김진규(전북)와 박진섭(저장)에게 맡겼다. 좌우 윙백은 설영우(즈베즈다)와 김문환(대전)을 내세웠고 스리백은 김태현(가시마)~김민재(바이에른 뮌헨)~조유민(알 샤르자)이었다. 골문은 조현우(울산)가 지켰다. 주장 손흥민(LAFC)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은 벤치에서 출발했다.

포백을 가동한 코트디부아르는 에반 게상(크리스털 팰리스)이 최전방을 지킨 가운데 마샬 고도(스트라스부르)와 시몽 아딩그라(AS모나코)가 좌우 측면을 이끌었다. 아마드 디알로(맨유)는 벤치에서 대기했다.

코트디부아르는 초반 키 188cm의 게상을 중심으로 예상대로 힘과 속도를 앞세워 한국을 압박했다. 또 에방 은디카(AS로마)가 이끄는 수비진은 2선과 간격을 촘촘히하며 한국에 공간을 주지 않고자 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에서 무실점 철벽 방패를 뽐낸 팀답게 견고하게 나섰다.

한국은 설영우와 김문환 두 윙백의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으로 공간을 만들었다. 전반 11분 설영우가 페널티박스 왼쪽으로 이동해 내준 전진 패스를 황희찬이 이어받아 날카로운 오른발 슛으로 연결했다. 8분 뒤엔 오현규의 왼발 대각선 슛이 골대를 때리는 등 한국의 공격은 조금씩 살아났다.

코트디부아르 수비진은 노련했다. 최후방과 2선 요원이 약속한 듯 간격 유지를 하며 한국 측면 공격을 제어했다. 다시 전방 힘이 살아났다.

전반 31분 게상이 오른쪽 측면에서 김태현을 따돌리고 낮게 깔아찬 공이 수비 블록 맞고 물러났다. 이때 아딩그라가 노마크 기회 슛으로 연결했는데 다시 한국 수비가 몸으로 저지했다.

하지만 한국은 4분 뒤 선제 실점했다. 왼쪽 측면의 고도에게 단번에 공이 연결됐다. 조유민과 일대일 상황을 뚫은 그가 문전으로 패스했는데 게상이 밀어 넣었다.

한국은 전반 38분 중앙 미드필더 장 미카엘 세리에게 다시 위협적인 중거리 슛을 허용했는데 조현우의 선방으로 돌려세웠다.

이후 전반 42분 설영우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오른발 감아 차기 슛으로 반격했지만 다시 골대를 때리는 불운이 따랐다.

기회를 못살린 한국은 전반 추가 시간 두 번째 실점했다. 이번에도 아딩그라 저지에 실패했다. 왼쪽 측면에서 조유민을 농락하듯 드리블한 그는 오른발 감아 차기 슛으로 골문 구석을 갈랐다.

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변화를 줬다. 오른쪽 수비 라인을 모두 바꿨다. 두 골을 내줄 때 빌미를 제공한 조유민 대신 이한범(미트윌란)을, 윙백 김문환(대전) 대신 양현준(셀틱)을 각각 투입했다. 또 3선을 지킨 박진섭(전북)을 빼고 백승호(버밍엄)를 투입했다.

후반 13분엔 전방에도 변화를 줬다. 조규성(미트윌란)과 손흥민, 이강인을 투입하고 오현규, 황희찬, 배준호가 나왔다.

그러나 후반 17분 허탈하게 세 번째 골을 허용했다. 상대 코너킥 때 골문 앞에 흐른 공을 양현준이 우리 골문을 향해 머리를 갖다 대는 황당한 실수를 저질렀다. 게상이 재빠르게 슛으로 연결했다. 조현우가 쳐냈는데 고도가 다시 공을 따내 마무리했다.

코트디부아르는 디알로와 이브라힘 상가레(노팅엄) 등을 투입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한국은 이강인을 중심으로 반격했지만 코트디부아르 수비는 박스 부근에서 좀처럼 공간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후반 31분 교체 자원 홍현석(헨트)의 패스를 받은 이강인이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왼발 슛했다. 하지만 또 골대 오른쪽을 때렸다.

이강인은 후반 37분 오른쪽 측면에서 예리한 왼발 전환 패스를 뿌렸다. 설영우 대신 투입된 엄지성(스완지시티)이 이어받았으나 득점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1분 뒤 백승호의 중거리 슛도 골문을 벗어났다.

한국은 이강인을 중심으로 그나마 의미있는 장면을 조금씩 만들었지만 만회골은 터지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종료 직전 윌프리드 싱고에게 네 번째 골까지 얻어맞고 무너졌다.

올해 첫 번째이자 역대 1000번째 A매치로 치른 이날 씁쓸하게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한국은 경기 직후 오스트리아 빈으로 이동, 내달 1일 오스트리아와 원정으로 두 번째 평가전을 치른다.

이번 2연전을 오는 5월 월드컵 최종 명단 발표를 앞두고 치르는 마지막 평가전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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