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일본전 패배 이어 8일 대만전까지 굴욕
대만전 최근 7경기 2승 5패 ‘참변’
1200만 관중 시대가 무색한 처참한 경기력
한국 야구의 현주소, 냉정히 직시해야

[스포츠서울 | 도쿄=박연준 기자] 숙명의 ‘한일전’ 패배는 이미 예견된 격차였다. 이제 대만 야구에마저 무기력하게 무너진다. 한국 야구의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앞으로 대만전 패배가 더이상 ‘참사’가 아닐 수도 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대만전에서 연장 승부치기 끝에 4-5로 패했다. 한일전 패배의 충격을 딛고 8강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던 다짐이 산산조각이 났다.


패배가 더욱 뼈아픈 이유는 우리가 가진 최상의 마운드 자원을 모두 쏟아붓고도 얻어낸 결과이기 때문.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한화)을 시작으로 KBO리그 오른손 에이스 곽빈(두산), 그리고 ‘푸른 눈의 에이스’ 데인 더닝(시애틀)까지 마운드에 올랐다.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주역, 그리고 메이저리그(ML) 자원까지 동원한 그야말로 ‘필승’ 총력전이었다. 그러나 대만 타선의 집중력을 당해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한국 야구는 대만전 최근 7경기에서 2승5패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이게 됐다. 2024년 프리미어12 예선 패배에 이어 다시 한번 대만 야구의 높은 벽을 실감한 셈이다. 이제 대만은 우리가 ‘한 수 아래’로 접어주고 들어갈 상대가 아니다. 오히려 대만전 패배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가 될지도 모른다. 처절하게 추격해야 할 ‘한 수 위’의 상대로 인식해야 한다.

KBO리그 흥행은 역대 최고조다. 지난시즌 12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야구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군림한다. 구장마다 팬들의 함성이 넘쳐나고 유명선수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솟구친다.
그렇게 화려하지만, 국제 경쟁력은 다른 얘기다. 일본과 격차는 이미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이 된 지 오래다. 이제는 대만도 점점 넘기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일본과 대만 현지 매체들은 연일 ‘도쿄돔 참사’라며 한국 야구의 몰락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비아냥 섞인 글을 봐도 딱히 반박할 논리가 없다는 것이 지금 우리 야구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대만이 잘하는 것인가, 우리가 못하는 것인가를 따지기 전에, 왜 우리 선수들이 국제 무대만 나가면 이토록 작아지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동안 일본 야구의 정교함과 인프라를 부러워하면서도 대만 야구는 한 단계 아래로 치부해왔다. 그러나 이번 도쿄돔에서 결과는 그 오만이 얼마나 위험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대만 투수진의 구위는 우리 타선을 압도했고, 수비의 세밀함과 작전 수행 능력 역시 우리보다 한 수 위였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단순 ‘운이 없었다’거나 ‘일정이 빡빡했다’라는 식의 자기합리화는 발전을 가로막는 독이 된다. 왜 아시아 야구의 패권이 일본과 대만으로 완전히 넘어가고 있는지, 한국 야구는 어디서부터 길을 잃었는지 냉정하게 봐야 한다.

이번 도쿄돔의 교훈을 뼈아프게 새기지 않는다면, 한국 야구의 ‘참사’는 일회성이 아닌 상수가 될 수밖에 없다. 팬들의 뜨거운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국제 무대에서 당당히 실력으로 증명하는 것.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한국 야구는 앞으로도 일본과 대만을 넘을 수 없다. 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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