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S 떴던 18세 최가온, 결국 ‘金’

벼랑 끝에서 ‘리비뇨의 기적’ 완성

폭설·추락 악재 딛고 3차 올클린…황금 비상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끝난 줄 알았다. 들것이 들어왔다. 전광판에는 ‘DNS(출발 안 함)’이 떴다. 폭설 속, 머리부터 떨어진 18세 소녀는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다시 출발대에 섰다. 그리고 펄펄 날았다.

최가온(18·세화여고)은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최종 90.25점을 기록, 극적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번의 추락을 딛고 완성한 그야말로 ‘리비뇨의 기적’이다.

이날 최가온은 1차 시기, 두 번째 점프에서 고난도 공중 회전 후 하프파이프 가장자리 ‘림’에 걸렸다. 중심을 잃은 채 머리부터 설면으로 추락했다. 경기장은 얼어붙었다. 의료진이 급히 투입됐고, 최가온은 한동안 눈 위에 누워 있었다. 점수는 10.00점. 정상적인 연기를 마칠 수 없었다는 의미였다.

눈물을 흘리며 슬로프를 내려오는 그의 표정에는 통증과 충격이 고스란히 담겼다. 2차 시기에서도 착지 실수가 나왔다. 첫 점프부터 불안했다. 다시 미끄러졌다. 메달은 멀어지는 듯했다.

포기는 없었다. 3차 시기, 최가온은 다시 출발선에 섰다. 폭설은 여전했고, 공기는 차가웠다. 그러나 그의 움직임은 달랐다. 최고 높이 3.1m, 평균 2.6m. 압도적인 고공 비행이었다. 자신을 무너뜨렸던 세 바퀴 회전 기술도 보란 듯이 성공했다. 네 번의 점프를 모두 결점 없이 마쳤다.

마지막 착지 순간, 관중석이 먼저 터졌다. 점수를 기다리던 최가온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전광판에 새겨진 숫자, 90.25. 리비뇨의 설원이 환호로 들썩였다.

폭설, 추락, DNS 위기, 두 번의 실패. 그 모든 장면을 딛고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최가온의 금메달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부상의 공포를 넘어선 용기, 무너질 듯한 상황에서도 다시 출발대를 향한 담대한 선택. 올림픽이 왜 특별한지 보여준 ‘한 편의 드라마’였다.

2026년 ‘달려라 하니’가 아니라 ‘날아라 가온’이었다. 벼랑 끝에서 다시 날아오른 18세 소녀의 황금 비상은 이번 대회 최고의 명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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