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500m ‘첫 금’ 향한 3인방의 질주

최민정·김길리·이소연 출격, 역사 도전

‘金 없던 종목’ 32년 묵은 한 푼다

[스프초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응답하라 1994. 결전의 시간이다. 유독 이 종목만 비어 있다. 쇼트르랙 여자 500m. 대한민국 쇼트트랙이 올림픽 역사상 단 한 번도 금메달을 가져오지 못한 유일한 종목이다.

남녀를 통틀어도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에서 채지훈이 남자 500m 금메달을 딴 이후, 아무도 정상에 서지 못했다. 32년이 흘렀다. 그리고 태극전사들이 이 오랜 한(恨)을 풀기 위해 출격한다. 13일 오전 4시 5분(한국시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그 시간이 다시 움직인다.

충돌 아픔을 딛고 다시 선 김길리는 준준결선 3조에서 가장 바깥쪽 5번 레인에서 출발한다. 불리할 수 있는 자리 배정. 그러나 그는 담담했다. 11일 공식 훈련을 소화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길리는 “5번 레인이지만, 하나씩 해결해 나가겠다. 한 단계씩 올라가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상대는 2024~2025시즌 ISU 월드투어 500m 종합 1위 크리스틴 산토스-그리스월드와 미셸 벨제부르(네덜란드) 등 만만치 않다. 그러나 올시즌 가장 빠른 스타트를 보유한 김길리다. 바깥에서 치고 나갈 폭발력, 이미 여러 차례 증명했다.

두 번의 올림픽에서 메달 5개(금3·은2)를 목에 건 최민정(28·성남시청)도 출발선에 선다. 말이 필요 없는 쇼트트랙 ‘여제’다. 여자 1500m 3연패 도전과 함께 이번에는 500m라는 또 하나의 역사를 쓰고자 한다.

이날 준준결선 4조, 4번 레인에서 레이스를 펼친다. 상대는 단거리 강자 킴 부탱(캐나다)이다.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이자, 올림픽 2회 연속 메달을 목에 걸었다. 혼성계주 좌절 이후 김길리의 눈물을 닦아주며 후배들을 다독였다. 이제 ‘캡틴’ 최민정이 직접 트랙 위에서 답을 보여줄 차례다.

최민정과 같은 4조, 5번 레인에서 33세 베테랑 이소연(스포츠토토)도 출격한다. 수없이 올림픽의 문 앞에서 돌아서야 했고, 늘 ‘바로 다음’에 이름이 머물렀다. 그리고 마침내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출발선에 섰다.

혼성계주에 이어 개인전에서도 기회를 잡았다. 이소연에게 이번 500m는 또 다른 도전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이소연의 ‘반전 질주’에 관심이 쏠린다.

여자 500m는 20명이 준준결선에 나선다. 각 조 상위 2명, 그리고 3위 중 기록이 빠른 2명만 준결선에 오른다. 순간의 판단, 코너 하나, 날 하나에 운명이 갈린다. 한국은 세 명 모두 살아남았다.

여자 500m는 한국에 늘 ‘아쉬움’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여제의 경험, 에이스의 폭발력, 베테랑의 집중력까지. 세 장의 카드가 동시에 꺼내졌다. 한국의 새벽, 여자 쇼트트랙이 첫 금맥을 두드린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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