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설 연휴 극장가가 장르 삼파전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정통 사극부터 액션 첩보물, 가족 휴먼 드라마까지 각기 다른 색깔을 내세운 세 편의 신작이 관객의 선택을 기다린다.

◇ 유해진·박지훈의 사극 호흡…‘왕과 사는 남자’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작품은 지난 4일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다. ‘왕사남’은 1457년 청령포에서 마을의 부흥을 위해 스스로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와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 이홍위(박지훈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역사적 배경 위에 허구적 상상력을 더해,권력에서 밀려난 왕과 평범한 백성이 한 공간에서 살아가며 빚어내는 감정의 교류를 담아냈다.

개봉 5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하며 순항 중인 ‘왕사남’의 가장 큰 힘은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다. 유해진은 특유의 생활 연기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박지훈은 메마르고 피폐한 내면을 지닌 어린 선왕을 강렬한 눈빛으로 완성했다. 왕이지만 가장 무력한 존재인 이홍위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배우로서 또 한 번의 도약을 증명한다.

여기에 한명회로 분한 유지태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간악한 책사로 그려지던 인물을 낯선 얼굴로 재해석했다. 세 인물이 만들어내는 미묘한 권력 구도와 감정의 파장은 극의 밀도를 높인다. 화려한 전투 장면 대신 인물의 표정과 대사, 관계의 변화에 집중한 점 역시 기대 포인트다. 명절 극장가에서 비교적 폭넓은 연령층이 함께 관람하기 좋은 정통 사극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 류승완표 액션 귀환…조인성X박정민♥신세경의 첩보물 ‘휴민트’

11일 개봉한 ‘휴민트’는 류승완 감독이 선보이는 액션 첩보물이다.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인물들이 충돌한다. 국경과 이념, 이해관계가 얽힌 공간에서 펼쳐지는 추격과 배신, 선택의 순간들이 긴박하게 이어진다.

류승완 감독은 그간 ‘베테랑’ ‘모가디슈’ 등을 통해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하는 연출력을 입증해왔다.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속도감 있는 전개와 공간 활용이 돋보인다. 눈과 얼음, 항구와 선박 등 이국적이면서도 차가운 배경은 인물들의 고립감과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총격과 육탄전, 추격전이 어우러진 액션 시퀀스는 스크린에서 체감해야 할 스케일을 자랑한다.

조인성은 국정원 소속 조과장 역으로 분해 다시 한번 액션 장르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작품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박정민의 변신이다. 그는 보위부 소속 박건 역을 맡아 북한 식당 종업원 채선화(신세경 분)와 절절한 멜로 호흡을 맞춘다. 거친 세계관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은 극에 감정적 균열을 만들어내며 단순한 액션을 넘어 이야기의 깊이를 더한다.

화려한 액션과 감정 서사가 교차하는 ‘휴민트’는 명절 극장가에서 가장 강렬한 체험을 원하는 관객들에게 유력한 선택지가 될 전망이다.

◇ 가족애로 승부…최우식X장혜진 모자의 ‘넘버원’

‘휴민트’와 같은 날 개봉한 ‘넘버원’은 어느 날부터 엄마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숫자가 하나씩 줄어드는 것을 보게 된 하민(최우식 분)이 그 숫자가 0이 되면 엄마 은실(장혜진 분)이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넘버원’의 기대 포인트는 배우들의 감정 연기다. 최우식은 특유의 친근하면서도 섬세한 이미지로 아들 하민의 불안과 절박함을 설득력 있게 표현한다. 장혜진은 엄마 은실로 분해 소소한 일상 속에서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두 배우가 빚어내는 모자(母子) 관계의 디테일은 관객의 공감을 자극한다.

대규모 액션이나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오히려 그 점이 강점이다. 가족애와 휴머니즘이라는 가장 보편적인 정서로 세대 간 공감대를 형성한다. 특히 설 연휴라는 시기와 맞물려 가족 단위 관객이 함께 관람하기 좋은 작품으로 꼽힌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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