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제아무리 그래미라도, K팝의 거침없는 글로벌 확장세를 계속 외면할 수는 없을 전망이다. 이번에는 더 강력한 ‘K팝 대표팀’ 방탄소년단이 온다.

2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제68회 그래미 어워즈는 K팝에게 사상 첫 본상 노미네이트라는 새로운 역사를 안기는 동시에 또 다른 과제를 남겼다. 로제가 브루노 마스와 화려한 오프닝 공연으로 그래미의 문을 열었으나, 본상 격인 ‘제너럴 필드’의 수상 문턱은 이번에도 높았기 때문이다.

▲ K팝 열풍에도…그래미는 꼿꼿했다

올해 그래미는 로제의 ‘아파트(APT.)’를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 후보에 올리고, 캣츠아이를 ‘최우수 신인’ 후보로 선정하는 등 K팝을 주류 음악 장르로 인정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였다.

그러나 실제 트로피의 주인공은 달랐다. 그래미는 레이디 가가, 켄드릭 라마 등 기존에 자신들이 인정한 아티스트에게 이번에도 트로피를 수여하며 ‘전통적’ 혹은 ‘보수적’ 성향을 재차 드러냈다. 글로벌 차트를 점령한 K팝의 파급력에도 불구하고, 그래미가 오랜 세월 구축한 견고한 자존심은 쉽게 꺾이지 않은 셈이다.

다만, 수확도 있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골든(Golden)’이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부문을 수상하며 K팝 역사상 최초의 그래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K팝 제작진 고유의 창작 방식이 그래미의 높은 심사 기준을 통과하고 수상까지 해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성과다.

▲ 콧대 높은 그래미? 그래도 BTS가 온다

K팝 팬들이 이번 결과에 아쉬워하면서도 내년을 기약하는 이유는 2019년부터 이어진 방탄소년단의 끈질긴 도전사가 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은 2019년 시상자로 처음 그래미를 밟은 이후, 2020년 릴 나스 엑스(Lil Nas X)와의 합동 공연, 2021년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한국 가수 최초 단독 공연 및 후보 지명이라는 계단을 차근차근 밟아왔다. 이후 ‘버터(Butter)’와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로 3년 연속 노미네이트라는 대기록을 세웠으나, 그래미는 번번이 이들을 장르 부문 후보로만 묶어두며 본상 진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멈추지 않았다. ‘다이너마이트’부터 ‘라이프 고즈 온(Life Goes On)’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까지 전 세계 음악 시장을 뒤흔든 빌보드 1위 곡들을 쏟아냈다. UN 총회와 APEC CEO 서밋 연설 등 대중음악 이상의 문화적 영향력도 입증하며 이제는 그래미가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 왜 BTS인가…가장 한국적인 ‘아리랑’으로 ‘글로벌’ 노린다

업계에서는 이번 ‘그래미 본상 K팝 최초 노미네이트’가 내년 방탄소년단의 수상으로 이어지는 포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3월 방탄소년단이 3년 9개월의 ‘군백기’에 마침표를 찍고 비로소 완전체로 귀환하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을 향한 기대감은 이미 숫자로 증명됐다. 신보인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은 예약 판매 일주일 만에 선주문량 406만 장을 돌파하며 전무후무한 화력을 입증했다.

최근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들이 그래미 투표권을 가진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으로 대거 합류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K팝이 이제 그래미의 주체로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리랑’이라는 앨범명에서 드러나듯, 이번 신보는 한국의 색채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방탄소년단이 가장 한국적인 정체성을 품은 앨범으로 글로벌 정상 등극에 성공한다면, 보수적인 그래미라도 결국 K팝의 음악적 가치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명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rok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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