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완벽한 두 얼굴이다. 한쪽에서는 등골이 서늘할 만큼 차가운 눈빛을 쏘아대더니, 반대편에서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싱그러운 미소를 짓는다. 배우 원지안이 동시기에 공개된 두 작품에서 180도 다른 얼굴을 갈아 끼웠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는 냉철한 야쿠자 이케다 유지로, JTBC ‘경도를 기다리며’에서는 발랄한 청춘 서지우로 분했다. 극과 극의 온도를 오가는 원지안을 만나 그 변신의 동력을 물었다.

원지안은 최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운이 좋은 것 같다. 찰나의 우연이 쌓여서 좋은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경력에 비해 좋은 작품, 좋은 선배님들을 만나고 있다.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속 이케다 유지는 상상력이 가미된 설정이다. 매우 높은 위치에 있는 일본 야쿠자다. 100% 일어 연기를 펼쳐야 했다. 1970년대 거친 사내들의 세계를 관통하는 야쿠자를 ‘집요함’으로 돌파했다.

“우민호 감독님이 저를 처음 보시고 ‘차갑고 서늘한 칼날 같다’고 하셨어요. 그 말에 힌트를 얻었죠. 투박한 조폭이 아니라, 기민하고 예민한 지략가의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날카로운 이미지를 위해 체중도 5kg이나 감량했고, 하이힐을 신고 걷는 자세부터 사소한 눈빛까지 ‘쇼군’ 같은 작품을 참고했어요.”

외형뿐만이 아니었다. 극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일본어 대사를 소화하기 위해 그는 대사를 통째로 삼켰다.

“언어는 감정을 담는 그릇이잖아요. 어설프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현장에 상주하는 일본어 선생님을 슛 들어가기 직전까지 붙잡고 물어봤어요. 입에 단내가 나도록 반복하니 어느 순간 말이 아닌 ‘감정’이 튀어나오더라고요.”

주로 현빈과 맞붙었다. 한국에서 온 권력자와 은밀한 마약 거래를 주도하는 인물이다. 마치 데칼코마니를 보듯 주위에 곁을 주지 않고 단정하게 옷 매무새를 정리하는 이미지가 꼭 닮았다. 두 사람의 풍긴 냉랭한 공기는 이 드라마의 초반부를 사로잡는다.

“현빈 선배는 늘 여유가 있어요. 감독님과 전작부터 이어지다보니까 더 그랬던 건지, 익숙함이 다르더라고요. 상대 배우를 정말 편하게 배려해줘요. 저도 그런 선배가 되고 싶더라고요. 기술적으로도 어마어마했어요. 백기태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거든요.”

반대로 JTBC ‘경도를 기다리며’의 원지안은 해사하다. 통통 튀는 청춘의 얼굴을 하고 있다. 자기 옷을 입은 듯 스쳐지나가는 미소조차도 딱 맞는다. 연기를 ‘해내야 하는 미션’으로 여기며 압박감에 시달렸던 과거에서 벗어나 이제 연기를 통해 진정한 즐거움을 찾았다.

“예전엔 긴장 속에 살았는데, 이제는 현장이 숨구멍 같아요. 내성적이던 성격도 연기를 통해 밝아졌고요. 어쩌면 연기가 저를 구원한 동아줄인지도 모르겠어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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